자동차 전장 기술의 발전으로 카메라 모듈이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의 전초격인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자동차 카메라 모듈은 앞으로 높은 성장이 예고돼, 현재 정체된 스마트폰 카메라를 대체할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고 있다. 이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에 장착되는 카메라는 도로 신호, 표지판, 장애물 등 외부 환경을 직접 촬영해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로 보내 자율주행이나 주행보조기능이 정확하게 기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ADAS의 경우 외부 환경을 파악하는 세 축으로 레이저를 활용하는 라이다(LiDAR), 전파를 쓰는 레이더(Radar) 그리고 카메라를 사용한다. 이 중 카메라는 ‘직접 환경을 본다’는 데 탁월한 장점을 지닌다. 도로 위 위험요소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테슬라의 경우 고가의 라이다가 아닌, 카메라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삼성전기 카메라 모듈. /삼성전기 제공

또 최근 들어 자동차에서 ‘거울’을 활용한 물리적인 사이드미러가 없어지고 있다. 이 대신 카메라로 차의 뒤쪽을 실시간 촬영해 운전자에 디스플레이로 알려주는 ‘버추얼 미러’ 시스템이 채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DAS는 물론, 버추얼 미러 등의 등장으로 자동차용 카메라의 활용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20년 130억달러(약 16조원)이었던 ADAS 시장은 10년간 연평균 10%씩 성장해 오는 2030년 430억달러(약 54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환경오염 감소를 위한 대도시 교통량 감소, 교통혼잡비용을 줄이기 위한 공유차 이용 증가, 교통사고 절감을 위한 안전기술 도입 등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촉진되면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자동차 전장용 카메라 모듈은 기능적으로 스마트폰 카메라와 큰 차이가 없다. 실제 화상(畵像)을 촬영해 이미지센서를 통해 디지털 정보로 변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크기가 작은 스마트폰과 비교해 자동차는 크기 제약이 거의 없는 편이다. 여기에 5000~1만원 수준인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비싼 3만~5만원에 달해 평균판매가격(ASP)도 높다.

이 때문에 이미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들이 전장용 카메라 모듈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경쟁이 치열하다. 두 회사는 모두 테슬라의 공급망에 속해 있는데, 공급 비중은 LG이노텍이 60~70%, 삼성전기가 30~40%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는 현재 전기차에 카메라 모듈을 전후좌우 총 8개 장착한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외에도 테슬라에 라이다와 레이더를 공급을 추진 중이다. 또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 카메라 모듈의 최대 공급망이기도 하다. 이를 기반으로 애플이 개발하겠다고 한 이른바 ‘애플카’용 카메라 모듈 공급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고객 기반은 애플 중심에서 글로벌 빅테크 업체로 확장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라며 “특히 자율주행과 메타버스 필수 기술인 광학기술과 통신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회사로 평가된다”고 했다.

LG이노텍 자동차 전장용 카메라 모듈. /LG이노텍 제공

삼성전기는 지난해 테슬라 전기트럭 세미와 사이버트럭용 카메라 모듈을 상당수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로 1800억원에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는 삼성전기는 올해 매출이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의 전장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와의 연계성이 높다.

또 글로벌 2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자로 최근 전장용 MLCC 사업에도 주력하는 중이다. 삼성전기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또한 전장 분야가 신사업의 축 중 하나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용 카메라는 현재 ADAS 솔루션 구성에서 대체불가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며 “라이다나 레이더 등 다른 센서 솔루션은 배제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카메라는 장애물 구분과 물체 인식을 위해 자율주행 설계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라는 평가를 받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