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5세대 이동통신(5G) 이용자들의 실제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하지 않은 요금제로 지난해 1조5000억원대의 '부당이득(유휴데이터 수익)'을 챙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5G 가입자수 증가에 따라, 가입자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데이터양이 같이 증가하는 만큼, 올해 통신사들의 연간 유휴데이터 수익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추산은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국내 5G 가입자 수가 229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절반가량인 1000만명 이상(3월 기준)이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따른 것이다. 국내 5G 가입자의 1인당 평균 트래픽이 3년째 20GB(기가바이트)대에 그치는 반면, 가입자들이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요금제는 월 7만원대에 달하는 110GB 이상 요금제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2019년 5G 도입 당시, 소수의 사용자를 고려해 요금제를 고가(高價)로 설계한 만큼, 가입자가 2300만명을 돌파하는 현시점에서 중간요금제 도입 등 5G 요금제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月 500만명 5G 남은 데이터 비용 1600억원

9일 조선비즈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트래픽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말 기준 5G 무제한 요금제 전체 트래픽은 42만5600TB(테라바이트)로 집계됐다. 이를 기가바이트(GB)로 변환하면 4억3581만4400GB가 된다. 5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1인당 사용하는 데이터양은 43GB 정도다. 이에 전체 트래픽에서 1인당 트래픽을 나눌 경우, 5G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수는 약 1010만명이 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전체 5G 가입자(2290만명)의 44% 수준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동통신사가 월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무제한 요금제 외에도 특정한 양을 제공한 후 특정 속도를 제공하는 경우도 무제한 요금제로 신고한다"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월 110GB 데이터를 제공한 후 5Mbps 속도로 데이터를 제공할 경우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다수의 통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5G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 가운데 110GB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5G 무제한 요금제가 110GB 요금제와 10GB 요금제로 양분된 만큼 30~60GB 정도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요금을 아끼기 위해서는 대거 110GB 요금제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에 따라, 통신 3사의 110GB 요금제 가입자수는 약 505만명쯤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동통신 3사의 110GB 요금제 월평균 가격은 7만원 수준으로 1GB당 데이터 요금은 500~6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5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의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44GB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매월 60GB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최소 3만원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픽=이은현

이러한 추산에 따라, 지난 3월 통신 3사의 110GB 요금제 가입자들이 사용하지 못해 남은 데이터의 비용이 1600억원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유휴데이터 수익이 올해는 연간으로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 돈이 100% 통신사의 이익으로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가입자들의 통신비 누수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유휴데이터 수익은 통신사들의 5G 가입자수와 비례한다. 2019년 12월 기준, 통신사의 5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수는 337만명으로 계산되는데, 위와 같은 방식으로 유휴데이터 수익을 추정하면 약 560억원쯤이 된다. 이후 28개월 뒤인 지난 3월 통신사의 부당이익이 1600억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입자수 증가에 따라 월평균 40억원씩 유휴수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2019년부터 누적된 유휴데이터 수익은 최소 3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계산 방식은 추정에 가깝다. 유휴데이터 수익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서는 통신사별로 매월 110GB 요금제 가입자수와 이들이 사용하는 데이터양 등의 관련 데이터가 필요하다. 조선비즈는 통신사에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통신 3사는 영업기밀을 이유로 정보 제공을 거절했다.

한범석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비분과장(변호사)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간 부분의 요금제를 없애고 고가의 5G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며 "10GB로 부족한 이용자들은 바로 윗 단계인 110GB 요금제를 가입하고 있지만, 데이터를 다 쓰지 못하고 있고 그 이익은 통신사가 챙기고 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통신사들이 5G 도입 때 소수 인원만 고려해 고가 요금제를 내놨는데, 이제 가입자가 2000만명이 넘은 만큼 요금제를 재설계해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통신사들이 요금산정 데이터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통신사들이 요금산정과 관련해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요금에 대한 정확한 산식을 검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통신사들이 합리적으로 요금을 책정했다면, 그 근거가 될 수 있는 데이터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 데이터 실사용량 고려하지 않은 5G 요금제

전문가들은 가입자들의 실제 데이터 사용량에 최적화된 중간요금제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무제한 요금제를 포함한 국내 5G 가입자 1인당 평균 트래픽은 26.75GB다.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의 트래픽(43GB)보다 데이터 사용량이 더 줄어드는 셈이다. 2019년 5G 서비스가 출범한 이후 5G 가입자의 1인당 평균 트래픽은 줄곧 월 20GB대를 유지해왔다.

이런 상황에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가 내놓은 5G 요금제 가운데 1인당 평균 데이터 이용량에 부합하는 요금제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통신 3사의 5G 요금제 93개 가운데 100GB 이상은 39개, 10GB 이하는 54개였다. 1인당 평균 트래픽에 해당하는 20~100GB 구간의 요금제는 단 하나도 없었다. 결국 5G 가입자는 10GB대와 100GB대 요금제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영국, 독일 등은 20~60GB 구간의 다양한 5G 중저가 요금제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결국, 이러한 유휴데이터 수익과 5G 가입자 증가, 설비투자 및 마케팅비 감소로 통신사들의 이익은 급증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1분기 통신사들의 합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 3사는 지난해에도 연간 4조2401억원의 합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대의 고물가 상황에서 국민의 통신비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5G에 대한 과실을 통신사가 독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중간요금제 도입으로 통신사들의 불합리한 요금제 설계에 대해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래픽=이은현

통신 3사는 과기정통부에 5G 주파수를 할당받으면서 28㎓ 기지국을 4만5000개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구축된 기지국수는 5059개로 11.2%에 불과했다. 10%를 넘지 못할 경우, 5G 주파수 할당이 취소될 수 있는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해 10%를 살짝 넘긴 '꼼수 투자'인 셈이다. 가입자들은 통신사들이 5G 출범시 약속했던,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20배 빠른 5G 서비스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통신사 5G 요금제에 대한 문제점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접수됐고, 국민의 불만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라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중간요금제 도입과 함께, 5G망 고도화에 대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