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시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구글이 이르면 이달 중순에 첫 번째 스마트워치를 선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여기에 메타, 화웨이, 샤오미 등 막강한 경쟁자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애플·삼성전자 2강 체제가 자리 잡은 스마트워치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지 이목이 쏠린다.
3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 등에 따르면 구글은 오는 11일 연례 개발자 대회 ‘구글 I/O’에서 자체 개발한 스마트워치인 ‘픽셀워치(가칭)’를 공개할 예정이다. 픽셀워치는 구글이 지난 2014년에 개발한 운영체제(OS)이자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4′에 적용 중인 ‘웨어 OS’를 탑재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지난 2019년 웨어러블기기 업체 핏빗을 21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한 이후, 직접 만든 스마트워치를 출시할 것이란 추측을 낳아왔다. 최근에는 ‘로한(Rohan)’이라는 내부 개발 코드명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에는 픽셀워치로 추정되는 제품의 사진이 유출됐다. 사진 속 스마트워치는 지금까지 알려졌던 픽셀워치의 예상 이미지와 거의 동일한 모습이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 액티브 시리즈처럼 원형의 본체에 테두리가 없는 ‘베젤리스’ 디자인이 적용됐고, 오른쪽 측면에는 시계태엽을 감듯이 돌려서 스마트워치를 조작할 수 있는 ‘크라운’과 2개의 조작용 버튼이 달렸다. 후면에는 맥박 등을 측정하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이는 센서도 포착됐다.
업계는 픽셀워치의 배터리 용량이 갤럭시워치4보다 큰 300mAh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간 유출된 사진 등으로 픽셀워치의 크기를 가늠해보면 300mAh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배터리 용량이 247mAh인 갤럭시워치4는 한번 충전하면 4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픽셀워치에 들어갈 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후보로는 퀄컴의 차세대 칩,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칩, 구글의 텐서 칩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가격은 갤럭시워치4와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IT매체 안드로이드폴리스는 “250달러(약 32만원) 언저리로, LTE 또는 5G 지원에 따라 가격은 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구글은 기기명, 디자인, 성능, 가격 등 제품 정보 일체를 함구하고 있다.
메타도 올해 안에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워치를 선보인다. 메타는 이미 유명 산업 디자이너 사랑 셰스와의 협업을 마치고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특허 출원을 냈다. 네덜란드 IT매체 렛츠고디지털에 따르면, 메타의 스마트워치는 디스플레이 분리가 가능한 형태로 앞뒷면에 카메라가 달릴 예정이다. 셀카와 라이브 기능을 강조해 자사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시너지를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후면 카메라의 경우 액션캠으로나 전면 카메라와 동시에 촬영하는 듀얼 녹화용으로 쓰일 전망이다.
메타는 시곗줄도 가죽이나 실리콘 등 기존에 많이 쓰인 재질이 아닌 고무로 만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피부에 주는 자극을 줄이는 동시에 무한대를 뜻하는 수학 기호(∞) 모양의 로고를 연상시키기 위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메타의 스마트워치는 이르면 올해 6~7월쯤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워치 시장에 이미 진입한 중국 제조사들은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2위를 내준 화웨이는 무선 이어폰을 내장한 ‘화웨이 워치 버즈’로 재도전에 나선다. 현존하는 스마트워치로 통화하면 주변 소음과 작은 볼륨 등으로 통화 품질이 저하되고 말을 할 때 손목을 입 가까이 대야 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화웨이는 최근 이 이름의 상표를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IPO)에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는 중저가 스마트워치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달 초부터 국내에서 판매 중인 ‘샤오미워치 S1′의 가격은 26만8000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의 어메이즈핏·샤오미 시리즈는 지난해 각각 5.1%, 3.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5위와 8위에 올랐다. 1~3위는 애플(30.1%)과 삼성전자(10.2%), 화웨이(7.7%)가 차지했다. 4위와 6위, 7위는 아이무(5.2%), 가민(4.6%), 핏빗(3.8%)에 돌아갔다.
기존 강자인 애플과 삼성전자도 올해 하반기 차세대 스마트워치를 출시한다. 애플의 ‘애플워치8′에는 여성 건강·수면 관리·피트니스·약물 관리 등 피트니스 기능이 대폭 추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많은 기대를 모았던 혈압과 혈당 측정 기능은 테스트 도중 정확도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빠질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이 밖에도 보급형인 ‘애플워치SE’와 내구성을 강화한 ‘익스트림 스포츠’ 등 2종의 스마트워치를 더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애플이 스마트워치에 위성통신 기능을 더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24일 애플의 위성통신 파트너인 글로벌스타가 지난 2월 익명의 잠재 고객을 위해 17개의 새 위성을 구입하는 데 합의했다며, 이 잠재 고객이 애플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워치에 이 기능이 탑재되는 시기로 “올해 또는 2023년”을 점쳤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워치5′로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미국 IT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갤럭시워치5 출시와 함께 클래식 모델을 빼고 일반·프로 모델로 바꾸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갤럭시워치5 프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갤럭시워치 시리즈 구매자들이 좋아하던 회전식 베젤 탑재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했다. 샘모바일은 또 갤럭시워치5에 역대 최고 수준인 572mAh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각자의 신작에 체온 측정 기능을 선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플에 정통한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에 “피부 온도는 외부 환경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만큼 정확한 알고리즘이 필요한데, 현재 애플의 알고리즘은 요구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이와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썼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바짝 뒤쫓는 가운데 구글 등이 참여하면서 올 한해 스마트워치 시장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는 590억2000만달러(약 75조원)로, 1년 전보다 20% 성장했다. 이 시장은 2025년 990억달러(약 1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처음으로 1억대를 돌파하면서 총 1억2750만대를 기록했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책임연구원은 “혈압, 심전도, 혈중산소포화도와 같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기들이 대중화되고 있다”며 “스마트워치는 셀룰러 연결을 지원하면서 독립적인 웨어러블 기기로서 매력이 높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미국 IT매체 씨넷도 “웨어러블 시장은 건강 모니터링 기능과 함께 더 성장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