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은현

정부가 지난해 전국 단위 유·무선 네트워크 장애와 연초 인터넷TV(IPTV) '먹통' 사태를 계기로 통신사와 논의 중인 이용자 약관 개정안을 반년 넘도록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신 산업 특성상 1분만 장애를 빚어도 불편이 불가피한데 이용자들이 1시간 이상 장애를 겪은 만큼 현행 서비스 장애 3시간 기준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사업자별 사안이 다른 데다 통신 업계 안팎에서의 의견 등을 고려해야 해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포함),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와 이용자 약관 개정을 논의 중이다. 약관 개정은 5세대 이동통신(5G)과 같은 무선통신과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통신을 비롯해 IPTV 등 통신사 주요 서비스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애초 이번 약관 개정은 유·무선통신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10월 KT의 전국 단위 네트워크 장애에 따른 후속 조치다. 그러나 올해 1월 KT의 인터넷TV까지 말썽을 부리면서 약관 개정 대상은 사실상 통신사의 전 서비스로 확산했다.

통신사

현행 통신사의 주요 서비스 손해배상 약관은 모두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할 경우로 한하고 있다. 지난해 유·무선 통신장애와 연초 IPTV 장애 시간은 각각 89분, 60분가량이다. 현행 약관을 대입하면 통신사는 배상 책임이 없다.

정부가 직접 약관 손질에 나선 것은 장애 사태 이후 불거진 현행 보상 기준에 대한 불만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이다. 10분만 통신 장애를 겪어도 매출 피해가 발생하는 소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인터넷TV 이용자 역시 제때 서비스를 받지 못해 불만을 제기하며 보상을 요구했다.

통신사 역시 현행 약관이 20년이 더 된 약관인 만큼 현실과 맞지 않다고 인정하면서 약관 개정은 이른 시간 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통신사,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모두 책임을 떠넘기면서 약관 개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통신사들의 손해배상 약관은 '신고제'로 운영된다. 방통위는 통신사와 논의한 후 과기정통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마무리된다는 입장이지만, 과기정통부는 아직 이들로부터 전달받은 게 없다라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손해배상 약관은 과기정통부에서 하는 것이다"라면서도 "현재 손해배상 조항 등 사업자별 사안과 안팎에서의 의견 등을 고려하느라 시간이 좀 소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방통위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 받은 게 없다"라고 했다.

시민단체 사이에선 정권 교체기라는 혼란한 틈을 타 손해배상 약관이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가 발표한 차세대 네트워크 발전 전략에 통신 장애 보상 대책이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이용자들의 약관 개정에 대한 취지는 공감한다"라면서도 "보상안이 달린 만큼 이른 시일 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민단체 조사 요구에 따라 통신 3사 약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