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 77인치 대형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양산을 시작한다. 다양한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원판에 모아 생산하는 멀티모델글라스(MMG) 공법을 활용해 QD-OLED 라인업을 다양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6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초부터 49인치와 77인치 TV용 QD-OLED 패널을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TV용 55인치, 65인치 QD-OLED 패널을 생산했는데, 새로운 크기를 추가해 고객사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내년 49인치와 77인치 제품을 추가할 예정이다”라며 “QD-OLED의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이 꾸준히 개선되는 만큼 제품 크기를 늘려도 전체 QD-OLED 출하량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생산능력은 월 3만장이다. 수율 100%를 가정할 경우 연간 55인치와 65인치 TV용 QD-OLED 180만대를 만들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초 QD-OLED 수율이 75%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연간 TV용 QD-OLED 패널 135만대를 출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34인치 모니터용 QD-OLED도 함께 생산하는 만큼 올해 TV용 QD-OLED 생산량은 100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까지 QD-OLED 수율을 80%로 높이고, 올해 하반기 수율을 90%로 개선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이렇게 될 경우 내년 삼성디스플레이의 TV용 QD-OLED 최대 생산량은 160만대로 늘어날 수 있다. 모니터용 QD-OLED를 제외해도 TV용 QD-OLED 생산량은 130만~140만대가 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라인업에 49인치와 77인치 크기를 추가해도 전체 QD-OLED 생산량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형 패널 두 장을 한쪽으로 몰아 찍고, 나머지 자투리 기판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멀티모델글라스 공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멀티모델글라스 공법은 1장의 디스플레이 원판에서 크기가 다른 여러 장의 패널을 동시에 생산하는 것이다. 공정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패널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수율 저하 없이 멀티모델글라스 공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대형 크기를 77인치로 결정한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QD-OLED와 함께 LG디스플레이의 OLED를 동시에 공급받아 ‘삼성 OLED’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대형 TV 크기는 5인치 단위로 끝난다. 65인치·75인치·85인치 등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가 만드는 OLED 패널은 60인치대는 삼성디스플레이와 같은 65인치이지만, 70인치대는 77인치, 80인치대는 83인치, 88인치 등으로 차이를 보인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와 LG디스플레이의 OLED를 하나의 TV로 만들어야 하는 삼성전자가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LG디스플레이와 같은 77인치 QD-OLED 패널 생산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까지는 QD-OLED 생산라인에 대한 추가 투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QD-OLED 수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추가 투자에 섣불리 나섰다가 회사 수익이 악화될 경우 장기적인 QD-OLED 확장 전략에도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