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서버 등에서 사용하는 반도체 성장세가 가파르다. 구글, 아마존 등과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 이 시장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서버용 칩을 생산하는 TSMC, 서버용 메모리를 만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관련 매출 역시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스마트폰) 반도체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반도체 무게중심이 데이터센터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D램 매출 가운데 서버용 매출은 전년 대비 44.6% 증가한 112억3900만달러(약 13조9000억원)로 집계됐다. 서버용 D램 매출이 100억달러를 넘은 것은 반도체 초호황기(슈퍼사이클)로 평가받는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 D램 매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여전히 모바일 D램이다. 그러나 해마다 그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 삼성 모바일 D램 매출은 지난 2020년 전체 D램 매출의 45%였으나, 지난해에는 40.4%까지 내려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버용 D램과의 매출 격차는 2020년 17.3%포인트에서 지난해 12.5%포인트로 좁혀졌다.

삼성전자 차세대 D램 DDR5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의존이 특히 높은 SK하이닉스의 경우에도 최근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매출은 연간 최고 기록을 세울 정도로 호조였다. 같은 제품 분야의 2019년 매출에 비해 6배나 늘어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35.1% 증가한 17조14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는 25.1% 성장한 15조7302억원을 기록했다. 생산기지 하나 없는 미국 매출이 D램과 파운드리를 운영 중인 중국을 넘은 건 2020년에 이은 2년 연속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주로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는데, 미국 매출 규모가 크다는 건 그만큼 해당 시장이 잘 나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우려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건 데이터센터 서버용 반도체 시장의 확대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와서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클라우드 기반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나 원격교육, 재택근무 플랫폼 수요가 폭증했고, 이에 따른 데이터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를 처리할 데이터센터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구글과 아마존, 메타(옛 페이스북), IBM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이 시장 선점을 위해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내년 클라우드 시장은 4820억달러(약 595조7520억원)로 전망되며, 2025년에는 8375억달러(약 1035조원)까지 성장한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서버용 D램은) DDR5를 지원하는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도입과 함께 데이터센터 중심의 인공지능(AI)용 서버 증설 영향으로 탑재량이 지속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낸드는 서버 SSD의 경우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K하이닉스 데이터센터용 SSD. /SK하이닉스 제공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인프라 구축과 디지털화가 앞당겨지고, AI, 머신러닝이 적용된 정보기술(IT) 서비스의 확산, 그리고 최근에는 대체불가능한토큰(NFT)과 메타버스가 신규 응용 분야로 등장하면서, 고성능 IT 인프라에 대한 수요를 추가로 창출하고 있다”라며 “장기적으로 서버용 제품 및 고대역메모리(HBM) 같은 고성능 메모리 제품에 대한 수요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다”라고 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대만 TSMC 역시 최근 데이터센터 서버에 적용되는 고성능컴퓨팅(HPC) 관련 매출이 많이 늘었다. TSMC 측은 최근 2022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HPC 매출 비중이 41%를 기록해 40%에 머물 모바일을 처음으로 앞섰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2분기 이후 13분기 만이다.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근 IBM과 인텔 출신의 HPC 전문가 로버트 위즈네스키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산하 미국 시스템 아키텍처 연구소 총괄직을 맡는다. 이 조직은 AI와 HPC 기기에서 메모리반도체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를 한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해 새롭게 설립한 솔리다임을 중심으로 서버용 SSD 사업에 집중한다. 또 DD5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D램 시장도 적극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TSMC의 경우 현재 HPC 고객사 확보전에 나섰다. 이미 HPC 분야에서 애플, AMD, 엔비디아, 인텔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TSMC는 향후 첨단 미세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사 범위를 더 넓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