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출시를 위한 내부 검토에 나섰다. OLED TV 라인업을 다변화하겠다는 시도다. 다만 기존 OLED TV 대비 낮은 해상도와 비싼 가격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담당하는 비지니스솔루션(BS)사업본부가 이미 투명 OLED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를 판매하는 것도 사업 중복이라는 부담이 될 수 있다.
23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TV 사업을 총괄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는 올해 초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로부터 투명 OLED TV 출시 제안을 받고, 제품 출시에 대한 사업성 검토를 시작했다. 투명 OLED TV의 수익성과 판매 전략, 시장의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가 제안한 투명 OLED는 55인치 크기의 풀HD(1920×1080) 해상도다. 투명도는 40%로 자동차 유리를 검정 필름으로 틴팅한 것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현재 이 제품은 쇼핑몰, 박물관, 지하철 등 상업용 디스플레이로 활용되고 있는데, 향후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TV용으로 사용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투명 OLED는 백라이트 없이 화소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형태로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과 함께 차세대 OLED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투명 OLED TV 생산을 위한 모든 기술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투명 OLED TV를 시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투명 OLED TV는 이미 중국 샤오미에 의해 시제품으로 판매된 적이 있다. 샤오미는 지난 2020년 LG디스플레이의 55인치 투명 OLED 패널을 사용한 ‘샤오미 미 TV 럭스’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지난 2019년 파나소닉이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Berlin)에서 투명 OLED TV를 전시한 적은 있지만 시제품으로 판매한 건 샤오미가 처음이다.
다만 이 제품은 샤오미의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제작한 제품으로, 전체 판매량은 200~300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도 4만9999위안(약 850만원)으로 같은 성능의 일반 OLED TV와 비교해 4배 더 비싸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LG전자 내부에서는 샤오미의 사례를 들어 투명 OLED TV의 시장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면이 투명해 어디든지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낮아 시제품으로 판매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실제 투명 OLED는 같은 크기의 일반 OLED와 비교해 패널 가격이 4~5배 더 비싸다. 해상도가 더 높은 4K(3840×2160) 55인치 OLED가 500달러(약 62만원)에 판매될 때, 풀HD 해상도의 55인치 투명 OLED는 2000달러(약 247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동시에 해상도와 명암비 등 화질도 기존 OLED TV보다 떨어진다는 것도 단점이다. 가격도 비싼 데 화질까지 좋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투명 OLED TV는 LG전자의 OLED 라인을 강화하고 경쟁사 대비 앞선 기술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상징성이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투명 OLED TV가 LG전자 실적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롤러블 TV와 같이 LG전자에 기술 선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는 있다”며 “낮은 해상도와 비싼 가격만 해결되면 투명 OLED TV 보급화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글로벌 컨설팅 회사 프레시언트앤드스트래티직인텔리전스는 투명 디스플레이시장이 지난해 16억3070만달러(약 2조171억원)에서 2024년 49억3300만달러(약 6조1021억원)로 연평균 4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