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가 공개한 미르4 NFT 캐릭터 스테이킹 게임 '미라지'. /위메이드 제공

국내 게임사들이 ‘플레이투언(P2E·게임을 하며 돈을 버는)’ 이용자들이 많은 동남아와 남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한국에선 P2E 게임이 사행성을 이유로 금지됐지만 동남아와 남미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

21일 블록체인게임얼라이언스(BGA)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체불가능한토큰(NFT) 기술이 적용된 전 세계 게임 매출은 23억2000만달러(약 2조8700억원)로 집계됐다. 베트남 게임 스타트업 스카이마비스의 P2E 게임 ‘엑시인피니티’가 동남아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불과 4년 만에 P2E 게임이 2조원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위메이드가 NFT를 활용해 미르4(글로벌 버전)로 인기를 끌고 있다.

P2E는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개념이다. 게임을 즐기면서 얻게 된 보상을 가상화폐나 NFT로 받을 수 있다. P2E 게임은 게임 캐릭터나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을 NFT로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이용자는 게임에서 얻은 가상화폐나 NFT를 판매해 현금화할 수 있다.

NFT P2E 대표 게임 엑시인피니티. /홈페이지 캡쳐

P2E 게임은 동남아와 남미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파인더의 ‘NFT 수용 리포트’에 따르면 주요 20개 국가 2만8723명 대상자를 조사한 결과 NFT 수용도가 가장 높은 곳은 필리핀이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32%가 NFT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태국(26.6%)과 말레이시아, 베트남(17.4%)이 각각 2위, 3위, 5위를 보였다. 모두 동남아 국가다. 브라질(7위·12.1%), 베네수엘라(9위·10.6%), 페루(10위·9.9%), 콜롬비아(11위·8.4%) 등 남미 국가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P2E 게임이 인기 있는 지역들은 모두 실물화폐 가치가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업률이 치솟자 해당 국가 국민이 P2E 게임을 새로운 생계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제프린 저린 스카이마비스 공동설립자는 지난해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21)에서 엑시인피니티 일간활성이용자수(DAU) 140만명 중 60%를 필리핀 이용자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월평균 수익은 70만~10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국민의 평균 월급이 약 104만원인 걸 고려할 때 P2E 게임이 생계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P2E 관련 규제가 동남아와 남미에선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점도 해당 지역에서 P2E 게임이 성장하는 동력이다. 김휘강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동남아는 게임을 포함한 정보기술(IT) 전반 관련 규제가 약해 이전부터 불법 게임 작업장 등이 많았다”라며 “이들 국가에선 직장을 갖는 것보다 이런 게임 관련 불법행위를 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좋을 수 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게임으로 돈을 버는 행위에 익숙했던 이들이 P2E 게임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남미 역시 게임 관련 규제가 사실상 거의 없는 만큼 P2E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라고 했다.

그라비티가 내놓은 P2E 게임 ‘라그나로크 라비린스 NFT’. /그라비티 제공

국내 기업들이 P2E 시장 진출 시 공들이고 있는 시장 역시 동남아다. 그라비티의 첫 번째 NFT 활용 타이틀 게임 ‘라그나로크 라비린스 NFT’의 동남아 사전 예약자 수는 지난 8일 기준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 게임은 기존 출시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라그나로크 라비린스’에 P2E 시스템 적용해 기대를 끌고 있다. 앞서 그라비티와 블록체인 사업 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 ‘온버프’는 다수 동남아 지역 거래소에 온버프 토큰 ONIT을 상장하기도 했다.

컴투스가 최근 진행한 신작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의 태국 현지 베타테스트는 게임이 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 롤플레잉 게임 부문 인기 순위 1위, 전체 게임 매출 순위 12위에 오를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컴투스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을 P2E 버전으로 업데이트해 세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라고 했다.

남미 시장 역시 국내 게임사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위메이드의 P2E 게임 미르4 매출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필리핀이다. 브라질과 미국, 영국이 뒤를 이었다. 브라질,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도 많은 이용자가 미르4로 유입되고 있다는 게 위메이드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남미 시장의 인기에 힘입어 현재 미르4 서버 35개가 남미에서 운영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