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는 인건비 등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공격적인 채용 정책 유지의 필요성을 살펴보겠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
네이버의 2022년 1분기 실적표. /네이버

네이버가 21일 시장 전망치에 못 미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새 경영진은 성장세 둔화의 주 원인으로 인건비 상승을 꼽고, 전체 인원 수 증가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통제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지난해 1분기보다 23.1%, 4.5% 증가한 1조8452억원, 301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각각 1.6%, 11.6% 하회한 것으로, 앞서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증권가 예상치 평균을 집계한 결과 네이버가 올해 1분기 매출 1조8789억원, 영업이익 34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인재 확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공격적인 채용을 진행한 결과 비용이 증가했다”며 “올해 인건비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통제하기 시작하면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1분기 대비 개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부터는 신사업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 공격적인 채용정책 유지의 필요성 등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최수연 대표이사도 “올해부터는 인건비 등의 비용을 효율화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라며 “곧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걸로 예상한다”고 했다.

네이버는 1분기 영업비용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한 1조5434억원을 썼다. 같은 기간 개발‧운영비용으로는 19.8% 늘어난 4482억원을 썼다. 개발‧운영비용에 포함되는 인건비‧복리후생비용은 812억원을 집행했는데, 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5.2% 늘었다.

신규 직원을 대거 채용한 데다, 최근 노사합의에 따라 임직원 연봉을 인상하고 복리후생 혜택도 확대한 영향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네이버 직원 수는 기간제 152명 포함, 총 4678명이다. 2020년 4076명과 비교하면 1년 만에 602명(14.8%)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네이버 관계사 직원 수 증가분까지 더하면 숫자는 더 커진다. 네이버는 1분기부터 근속기간 및 직책 등과 상관 없이 전 직원에게 최저 300만원을 더 주고, 월 15만원 개인업무 지원금과 월 3만원 동호회 활동 지원금도 추가 지급 중이다.

네이버는 2020년 급여 총액을 9035억원에서 1조1958억원으로 30% 넘게 올린 뒤, 영업이익률이 23%에서 19.4%로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 인재 쟁탈전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연봉을 안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은 지난 18일 국내 IT 기업 38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4.2%가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도 지난 13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IT 업계 인재 풀이 작은데, 이들은 주식 보상보다 연봉 인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인건비 외 마케팅 비용과 일회성 콘텐츠 비용도 네이버의 발목을 잡았다. 일회성 콘텐츠 비용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중계권 집행과 ‘네이버 나우’ 음원 비용의 늦은 정산 등이 반영됐다. 이로 인해 파트너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36.9% 증가한 6983억원을 기록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오른쪽)와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13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네이버

수익성과 별개로 네이버 주요 사업부문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부문별 매출은 ▲서치플랫폼(검색 기능) 8432억원 ▲커머스(전자상거래) 4161억원 ▲핀테크 2748억원 ▲콘텐츠 2170억원 ▲클라우드 942억원이다. 특히 커머스 매출은 성수기인 지난해 4분기보다도 2.7% 성장했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한 9조원대로 늘었다. 그간 콘텐츠로 분류됐던 스니커즈 전문 리셀(한정판 제품 재판매) 플랫폼 ‘크림’과 뷰티 브랜드 ‘어뮤즈’를 커머스로 옮긴 영향이다. 크림과 어뮤즈의 1분기 합산 거래액은 3714억원이다.

네이버 멤버십도 누적 가입자를 700만명대로 끌어올리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연계 효과로 핀테크 결제액은 1년 새 34% 성장, 11조2000억원을 달성했다. 외부 결제액은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했다. 김 CFO는 “택배 파업과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에도 커머스 매출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며 “마케팅 비용을 차감하기 전 실질공헌이익률은 검색 플랫폼의 1.5배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크림과 어뮤즈를 빼면 매출이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는 지적에는 “커머스 시장은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며 “이제 정상화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