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지난 2016년 기술 확보를 시작으로 해마다 스위스 양자암호 기업 IDQ 지분을 늘려 70%에 육박하는 지분율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액도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IDQ에 중국 지분이 포함된 만큼 지분 관계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스퀘어가 보유한 IDQ 지분은 69.3%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1.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약 60억원을 들여 지분을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써 2016년 기술확보 목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애초 IDQ는 SK텔레콤이 보유했었는데 지난해 11월 인적분할로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사업 부분을 떼면서 SK스퀘어로 넘어왔다.
SK텔레콤은 지난 2016년 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23억원을 투자해 IDQ와 관계를 시작했다. 본격 투자를 단행한 것은 2018년이다. 약 800억원어치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이 65.6%로 껑충 뛰었다. 당시 SK텔레콤은 정확한 지분율을 IDQ와 협의를 통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마다 내놓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후 2019년과 2020년에도 각각 1% 안팎의 지분을 지속해서 늘려왔다. 해마다 적게는 60억원에서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지분을 끌어모았다.
2018년 대규모 투자를 통해 IDQ 주식 50% 이상을 취득하며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SK텔레콤이 지속해서 지분을 늘리는 배경은 중국 자본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IDQ 내 중국인 주주가 있어 보안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라며 "보안이 생명인 양자암호통신에서 중국 문제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문제로 SK텔레콤이 수주 사업에서도 경쟁사에 밀린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SK텔레콤 역시 IDQ의 중국인 주주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친 바 있다. 2019년 박정호 SK텔레콤 부회장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양자정보통신포럼 창립식'에서 "자회사인 IDQ에 중국인 주주가 있는 것이 괜찮은가"라며 당시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에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IDQ를 통해 단숨에 국내 양자암호 기술 개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중국 이슈로 인해 보안으로 골머리를 앓은 것이다.
이에 SK텔레콤은 IDQ에서 중국인 지분을 제외하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SK텔레콤이 IDQ 인수 전부터 중국인 주주가 있었지만, 보안 이슈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정리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IDQ는 2001년에 설립된 스위스 기업이다. 지난 2002년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생성기(QRNG)를 출시한 데 이어 2006년 세계 최초로 양자키분배(QKD) 서비스를 출시했다.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 매출과 특허 보유 1위 기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