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에서 생산하고 있는 8인치 웨이퍼. /TSMC 제공

반도체 감광액(感光液)의 일종인 포토레지스트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재고량이 마지노선인 3개월 치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제조의 필수 물질로, 수급이 어려워질 경우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

감광액 재고 부족은 공급난이 지속되고 있는 4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 구식 공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 이하 첨단 공정은 지난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공급망 다변화에 성공했으나, 구식 공정은 여전히 일본 의존이 높은 탓이다. 정부 차원의 공급망 지원 체계가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제조의 첫 단계인 노광(露光·Photo) 공정에 필요한 소재다. 웨이퍼(반도체 원판) 위에 액체 상태의 포토레지스트를 뿌리고, 그 위에 회로를 새긴 포토마스크를 얹어 빛을 쐬면 화학적 변화가 나타나며 웨이퍼 위에 회로가 그려지는 방식이다. 빛을 쐬면 물리·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감광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사진 인화 과정과 유사하며,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도 사용된다.

포토레지스트 가운데 구식 공정에 사용되는 불화크립톤(KrF·248㎚용), 아이-라인(i-Line·365㎚용) 등의 수급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 상황이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매뉴얼화한 3개월 분량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재고 수준이 2개월 미만인 곳도 있다고 한다.

그래픽=이은현

구식 공정용 포토레지스트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나타난 8인치(200㎜)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노광 공정에 활용된다. 8인치 웨이퍼로는 주로 자동차 마이크로컨트롤러(MC),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가전용 전력반도체(PMIC) 등을 만든다. 따라서 포토레지스트 부족으로 반도체 공장이 멈추어 선다면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불화크립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점을 지닌 3차원(3D) 낸드플래시 제조에도 사용된다. 메모리 반도체에도 없어선 안 될 필수 소재라는 것이다.

구식 공정용 포토레지스트 수급난은 신에츠화학 등 일본 업계의 생산량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신에츠화학은 지난해 10월 중국 저장성 공장이 전력 공급 제한으로 가동하지 못한 날이 늘면서 생산량이 줄었다. 최근 실적발표에서 신에츠화학 측은 “일본 신(新)공장을 가동하더라도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수입 구식 공정용 포토레지스트 중 일본산 비중은 80%에 달한다. 생산이 가능한 국내 업체가 공급 물량을 늘리고 있으나,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일본산 포토레지스트의 가격도 올라 업계가 비상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된 포토레지스트는 중량 기준 954.9t으로, 3억6723만달러(약 4539억원)에 달했다. t당 수입액은 3만8457달러(약 4752만원)다. 이는 전년 3만3074달러(약 4087만원)에 비해 16%쯤 늘어난 것으로, 최근 5년 새 t당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정부가 중소 파운드리 등 산업계를 위한 공급망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본다. 특히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네온가스 가격도 오르고 있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달리 중소 반도체 업체들은 자체적인 협상력을 가져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나서서 공급망 지원을 위한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