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기 산업이 성장세에 접어들면서 AR·VR 기기에 탑재되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AR·VR 기기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필수 장비로 게임, 제조, 국방, 의료, 교육 등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전 세계 AR·VR 디스플레이 매출은 올해 9억2000만달러(약 1조1360억원)을 기록, 전년 5억8000만달러(약 7160억원) 대비 58.6% 성장이 예상된다.
AR·VR 디스플레이 시장은 앞으로 5년간 연평균 59% 성장하면서 2023년 19억2300만달러(약 2조3750억원), 2025년 59억9200만달러(약 7조4001억원), 2027년 92억9800만달러(약 11조4830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DSCC는 “메타버스와 AR·VR 서비스가 결합하면서 AR·VR 디스플레이 출하량과 수익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메타(옛 페이스북)와 피코,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전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라고 했다.
발광다이오드(OLED)가 대세로 떠오른 스마트폰과 달리 AR·VR 기기에는 여전히 액정표시장치(LCD)가 적극적으로 탑재되는 추세다. 메타 자회사인 오큘러스가 지난 2020년 출시한 ‘퀘스트 2′와 중국 피코가 만든 ‘피코 네오 3 링크’ 등이 LCD를 사용했다. LCD가 OLED와 비교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AR·VR 기기는 사용자가 머리에 쓰는 헤드셋 형태로 제작되는 만큼 기기와 눈의 거리가 짧아 스마트폰보다 더 높은 해상도를 필요로 한다. 해상도가 높아야 현실감과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AR·VR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1인치당 700개 이상의 픽셀이 있는 700PPI(Pixels Per Inch)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LCD 기술은 1000PPI를 훌쩍 넘은 상태다. 반면 OLED는 615PPI가 최고 수준이다. 해상도를 높일 경우 화면을 꺼도 잔상이 남는 번인(Burn-in·잔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2025년까지는 AR·VR 디스플레이 시장 대부분을 LCD가 차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2000PPI를 넘는 초고밀도 중소형 OLED 개발을 완료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OLED가 LCD를 대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 해상도를 제외하면 OLED는 무게와 소비 전력, 색재현 등에서 이미 LCD를 넘어선 상태다.
시장은 애플이 고해상도 OLED를 적용한 스마트 글라스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LCD에서 OLED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플은 현재 확장현실(XR) 헤드셋과 AR 기기를 합쳐 놓은 형태의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다. 눈동자 추적 기술과 15개의 카메라, 라이다(LiDAR) 스캐너 등이 탑재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AR 기기 개발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계열사와 함께 MS의 AR 헤드셋인 홀로렌즈 하드웨어 제작을 맡고 있다. DSCC는 “AR·VR 기기 시장이 성장세에 접어들면서 AR·VR 디스플레이 시장도 OLED로 재편될 수 있다”라며 “다만 2027년까지는 시장의 절반 이상을 LCD가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한편 AR·VR 기기에 대한 수요는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AR·VR 기기 출하량은 지난해까지 800만대 수준에 불과했는데, 올해 1200만대를 넘어 3년 내 2000만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AR·VR 기기 출하량이 1202만대를 기록, 2024년 2204만대, 2025년 2576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