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SK하이닉스와 협력해 자체 개발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SAPEON(사피온) X220'. /SK텔레콤

SK텔레콤과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SK ICT(정보통신기술) 연합이 첫 협력 결과물로 내놓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이 이달 초 판교시대 개막을 앞두고 이사회 멤버를 대폭 물갈이했다. 이사회 구성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SK텔레콤 출신들이 주를 이룬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말 사임 의사를 밝혔던 김윤 전 SK텔레콤 T3K장(최고기술책임자·CTO)이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다는 점이다. 김 전 CTO가 사임 이후에도 SK텔레콤의 기술 부문 고문을 맡은 데다, SK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AI 반도체 기업 이사회 멤버로까지 이름을 올렸다.

14일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사피온코리아는 이달 1일부로 류수정 대표를 제외한 기타 비상무이사와 감사를 모두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 /SK텔레콤

기타 비상무이사와 감사는 모두 SK텔레콤 출신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말 퇴임 의사를 밝힌 후 기술고문 역할을 맡고 있는 김윤 전 CTO와 정희영 SK텔레콤 사업개발 담당, 정대덕 재무 담당 등이다. 이들은 나란히 이달 4일 등기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SK텔레콤에 몸담지 않고 있는 이는 김윤 전 CTO가 유일하다. 지난해 말 벤처투자에 도전하기 위해 SK텔레콤을 퇴사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사피온코리아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리며 SK텔레콤과 다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SK텔레콤이 퇴사한 인재를 물밑에서 영입하면서, 통신업계에선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업계 간 이직 등이 활발하다고는 하지만, 이미 퇴사한 임원급을 사실상 다시 불러오는 것은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게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실제 김 전 CTO는 지난 2018년 SK텔레콤이 AI 연구개발(R&D)을 위해 영입한 세계적인 AI 전문가다. 애플 AI 비서 '시리(Siri)'의 음성인식 개발팀장을 맡아 국내서 이름을 알렸다.

사피온코리아는 이사회 멤버 물갈이 이후 지난 6일부로 SK텔레콤 분당사옥을 떠나 판교 시대를 열었다. 올해 1월 4일 한국법인 설립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한 인력 채용으로 임직원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사피온코리아는 AI 서빙 클라우드, 비전 AI 알고리즘, 자율주행 하드웨어(HW) 등 총 12개 분야에 대한 채용을 진행했다.

새 둥지로 판교를 낙점한 것은 AI반도체 기업으로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게임업계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사피온코리아가 새로 자리 잡은 판교이노밸리 근방에는 SK C&C, SK플래닛, SK케미칼 등 SK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비롯해 카카오, 엔씨소프트, 한글과컴퓨터, 네오위즈 등 IT 관련 기업들이 다수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사피온코리아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이 지난 1월 결성한 SK ICT 연합이 총 8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의 국내 법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