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 /퀄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칩이 최근 발열로 인한 성능 저하 문제 등을 겪고 있다. 같은 설계 자산을 쓰는 애플 아이폰은 상대적으로 이런 문제가 적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반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큰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7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모바일 칩의 성능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 지난해부터다. 최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 대부분이 비슷한 논란이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21과 샤오미 미11 등에 들어간 퀄컴 스냅드래곤888의 경우 열이 과도하게 발생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한 해외 매체는 샤오미 미11의 최대 온도가 64.5℃까지 올랐다는 테스트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칩은 스마트폰 안에서 여러 정보를 처리(연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많으면 칩의 가동 속도도 빨라지는데, 이때 열이 발생한다. 노트북 등에서 고성능 프로그램을 돌릴 때, 표면이 뜨거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열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전자제품 특성상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화재 위험도 크다. 이 때문에 모바일 기기에는 성능을 의도적으로 줄여 열을 낮추는 ‘스로틀링’ 기능을 넣는다. 스로틀링은 성능뿐 아니라 전압까지 제어해 스마트폰의 과도한 온도 상승을 막는다.

스냅드래곤888은 발열이 너무 심해 전작인 스냅드래곤865보다도 실사용 영역에서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칩 엑시노스 역시 발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성능 문제가 꾸준하게 제기됐다.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를 채용한 삼성전자 갤럭시S22. /삼성전자 제공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칩의 발열 문제는 최신작에서도 이어졌다.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를 탑재한 모토로라 엣지X30을 중국 정보기술(IT) 매체가 테스트했는데, 스마트폰 온도가 최고 58℃를 기록했다. 삼성의 최신 모바일 칩인 엑시노스 2200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 두 칩을 모두 장착하는 삼성전자 갤럭시S22는 이용자 의사와 관계없이 성능을 떨어뜨려 열을 낮추는 GOS(게임최적화서비스)를 적용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공식 사과를 했고, 삼성전자의 해당 정책은 철회됐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대척점을 이루는 애플은 아이폰에 자체 개발 칩을 얹는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발열 문제로 곤욕을 겪는 것과 달리 애플 칩은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경쟁 우위를 점하는 중이다. 안드로이드 칩과 애플 칩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의 설계 자산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출시한 아이폰12프로의 경우 A14 바이오닉이라는 칩을 장착, 비교 평가에서 퀄컴 스냅드래곤865를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3에는 A15 바이오닉을 장착했는데, 스냅드래곤888을 앞서 주목받았다. 특히 성능을 제한한 저전력모드에서 스냅드래곤의 최고 성능보다 A15의 속도가 빨랐고, 전력도 33% 덜 소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역시 다량의 정보 처리가 필수라는 점에서 발열은 불가피하다. 다만 애플의 스로틀링은 안드로이드에 비해 성능저하가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 아이폰13. /애플 제공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발열 문제는 결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해당 제조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발열은 칩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품이나 방열 설계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칩 문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며 “다만 소비자는 이를 품질 문제로 여길 수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애플 입지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도매가 400달러 이상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17%로, 지난 2020년과 비교해 3%포인트 축소됐다. 반면 애플은 1년 사이 5%포인트 점유율을 높여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애플과 경쟁할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삼성 갤럭시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늘릴 타개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