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은현

세계 최초 상용화 3년에 접어든 국내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 수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과거 텍스트와 보이스 위주였던 데이터 소비가 영상 등으로 대체되며 발생하는 트래픽 상승과 맞물린다. 여기에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등 새로운 플랫폼의 대중화는 트래픽 상승세를 더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내년으로 예상됐던 '트래픽 포화'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주파수 추가 할당 등을 통해 조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 수는 2228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11월 세계 최초 상용화 이후 1년 7개월 만에 10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약 1년 만인 2021년 11월 2000만명을 넘어서며 지속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예상한 이동통신 가입자 전망. 2022년 2월 기준 5G 가입자 수가 2200만명을 넘어서 오는 2023년 전망치를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5G 가입자 수는 예상보다 이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5G 상용화 이전인 2018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오는 2023년 5G 가입자 수가 27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월평균 70만명 안팎으로 가입자 수가 더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오는 8월 2700만명에 근접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신업계 안팎에선 연내 5G 가입자가 3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전망한다.

가파르게 증가는 5G 가입자 수는 이동통신 트래픽과 맞물린다. ETRI는 2021년 이후 5G 트래픽이 성장기로 접어들며 4G 트래픽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9년 12월 4G 스마트폰 트래픽은 45만343TB(테라바이트)로, 5G(12만1444TB)와 30만TB 이상 격차를 나타냈었다. 이후 2021년 3월을 기점으로 5G가 4G를 넘어섰다. 꾸준히 증가한 5G 트래픽은 올해 2월 기준 51만2869TB를 기록하며 4G(24만3681TB)와의 격차를 2배로 벌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예상한 이동통신 트래픽 전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5G 트래픽 증가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4세대 이동통신(LTE)에서 5G로 이동하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경우가 늘어난 여파로 풀이된다. 5G 스마트폰 사용자 중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절반에 육박한다. 데이터 소비 부담이 줄어든 이용자들이 유튜브 등 영상 소비를 꾸준히 늘린 영향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청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특히 메타버스를 비롯해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등 5G를 활용한 다양한 기술이 대중화될 경우 트래픽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역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오는 2027년 모바일 트래픽이 약 370EB(엑사바이트·1EB는 104만8576TB)로 지난해 대비 5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과기정통부와 ETRI는 2023년 초 5G 주파수가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심병효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통신 세대가 진화할수록 애플리케이션 고도화와 고사양 게임 출시, OTT 소비로 트래픽 증가는 어쩔 수 없는 트렌드다"라며 "트래픽을 효율화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를 구축하거나 주파수 추가 할당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통신 3사는 '공동망' 구축을 통해 품질 향상과 트래픽 증가 대응 등 5G 서비스 향상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다른 해법으로 제시된 5G 주파수 추가 할당에 대해서는 첨예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통신 3사 간 갈등에 정부는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애초 LG유플러스의 5G 주파수 추가 할당 요청을 받아들여 올해 경매를 진행하려다가 SK텔레콤과 KT의 반발로 사실상 무기한 경매를 연기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반년 동안 연구반을 가동해 경매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SK텔레콤의 추가 할당 요청까지 받아들여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중이다.

그러는 사이 LG유플러스가 요청한 3.40~3.42㎓(기가헤르츠) 대역 20㎒(메가헤르츠) 폭 대역은 수년째 유휴 주파수로 남아 있다. 정인준 대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파법에 따르면 관련 산업 진흥과 공공 복리 증진 차원에서 주파수 추가 할당은 이뤄져야 한다"라며 "사업자 간 견해차로 관련 법의 공공성을 놓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