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가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미국의 고강도 제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화웨이는 지난해 미국 제재 여파로 전년보다 매출이 30%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제품 판매 구조조정과 공급 계획 관리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도 꾀하고 있다. 순이익은 전년보다 76% 늘었고,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4.5%포인트 떨어졌다.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8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한 '2021년 화웨이 연례 보고 간담회'를 통해 "2021년 매출은 6368억위안(122조3484억원), 순이익 1137억위안(약 21조845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라고 밝혔다. 매출은 약 30% 줄었지만, 순이익은 75.9% 증가했다.
멍 부회장은 "2021년 화웨이 전체 경영 상황은 예상 기대치에 부합했다"라며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57.8%로, 전년보다 4.5%포인트 하락했다"라고 설명했다. 매출 감소로 인한 외형 감소세에도 재무구조는 건전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는 "순수익 기여 금액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산 처분으로 인한 수익을 제외하고도 여전히 상승세다"라며 "제품 판매 구조 조정으로 매출 총수익 향상과 공급계획 관리에서 최적화를 통해 주문에서 수익 창출까지의 주기를 개선했다"라고 했다. 이어 "화웨이의 수익은 모두 현금 대금을 밑바탕으로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화웨이가 발표한 실적은 지난해 현지 매체를 통해 알려진 실적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관찰보에 따르면 궈핑 화웨이 그룹 순환회장은 지난해 말 회사 구성원들에게 보낸 '2022년 신년사'에서 2021년 매출이 6430억위안으로 전년보다 28.9%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연례 보고 간담회 포문을 연 멍 CFO는 화웨이의 부회장이자 창업자인 런정페이의 딸이다. 지난해 화웨이로 복귀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멍 부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 1일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였다. 이후 캐나다에서 가택연금 됐다가 지난해 9월 풀려나 캐나다를 떠나 중국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구금은 미·중 갈등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멍 CFO는 화웨이의 R&D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미국 제재로 인해 불거진 현재 위기를 R&D로 이겨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한 기업의 가치는 재무제표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진정한 가치는 R&D에 대한 장기 투자로 축적된 투자와 인력, R&D 플랫폼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경영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이다"라고 했다.
화웨이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18년 미국 제재를 기점으로 대폭 증가했다. 2012년 13.2% 수준을 유지해오다 2020년 15.9%로 늘린 이후 지난해 22.4%에 이르렀다.
이에 힘입어 화웨이는 세계에서 R&D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기업 2위에 올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2021 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화웨이는 2020년 기준 전년보다 6.7% 증가한 174억6010만유로를 R&D 투자에 집행했다. 이는 1위를 기록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에 이은 2위다. R&D 투자 스코어보드는 EU 공동연구센터가 세계 비즈니스 기반 R&D 총액의 90%를 차지하는 기업 2500개를 대상으로 평가한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속에서도 내수 시장 수요 증가로 세계 통신장비 업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장조사업체인 델오로 그룹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화웨이가 약 1000억달러(약 124조5000억원) 규모의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28%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노키아, 에릭슨이 각각 약 16%로 뒤를 이었다. 중국은 올해에만 총 200만개에 달하는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을 구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