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개발한 입는 보행 보조 로봇 젬스(GEMS).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로봇과 메타버스를 차세대 사업 분야로 공식화했다. 최근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 사업 부문 이름까지 DX(Device eXperience)부문, MX(Mobile eXperience)사업부로 바꾼 삼성전자가 미래 세대의 새로운 경험으로 로봇과 메타버스를 낙점한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6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래 성장 모멘텀을 위해)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는데, 첫 행보는 로봇 사업이다”라며 “다양한 로봇 영역에서 기술을 축적하고, 사업화를 검토해 미래 세대가 ‘라이프 컴패니언(삶과 함께하는) 로봇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간 로봇에 관심을 갖고 사업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지난 2019년 노인 돌봄 로봇 ‘삼성봇 케어’를 선보였고, 2020년에는 테니스공 모양의 작은 반려로봇 ‘볼리’를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삼성봇 케어의 돌봄 대상을 노인 뿐 아니라 가족 전체로 확대했다. 팔이 달려 식사를 차리거나 설거지를 도울 수 있는 가정용 로봇 ‘삼성봇 핸디’도 내놨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 현황 등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로봇들은 모두 상용 제품이 아닌, 어디까지나 ‘콘셉트’ 개념이었다.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을 회사 차원에서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상설 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삼성이 추진하는 가정용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97억달러(약 11조7205억원)로 추산된다. 시장조사업체 모도인텔리전스는 2026년 로봇 시장 규모가 741억달러(약 8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영역으로 생각하고 전문조직을 강화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첫 로봇 제품은 보행을 돕는 젬스(GEMS·Gait Enhancing and Motivating System)가 유력하다. 옷처럼 입는 로봇이다. 고관절이나 무릎, 발목 등에 착용해 보행이 불편한 사람을 돕는다. 고관절 로봇인 ‘젬스 힙(Hip)’은 걸을 때 24%의 힘을 보조해 걷는 속도를 14% 높인다. 지난 2020년 국제 표준 인증을 받아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르면 상반기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삼성봇 케어, 삼성봇 핸디 등 가정용 로봇도 양산을 추진한다. 이를 위한 사전 단계로 삼성전자는 미국과 캐나다 등에 ‘삼성봇’이라는 상표를 지난 1월 등록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AR 글래스 디자인. /USIPO

메타버스 분야는 가상공간을 만들기보다 접속하는 기기에 중점을 둔다. 사용 편의성이 극대화된 증강현실(AR) 안경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AR 안경은 실제 안경처럼 쓰기만 하면 렌즈 부분에 각종 정보가 표시되는 식이다. 한 부회장은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최적의 메타버스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최적화된 메타버스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혁신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확장현실(XR) 기술 기업 미국 디지랜드에 지난해 투자하며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XR은 AR과 가상현실(VR)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달 초에는 사내 전략방향 설명회에서 AR 안경을 올해 안으로 출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XR시장은 2019년 78억9000만달러(약 9조5400억원)에서 2024년 1368억달러(약 161조원)로 연평균 76.9% 성장할 전망이다. 이 기간 AR 안경의 전세계 출하 대수는 20만대에서 411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