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카카오

국내 플랫폼 ‘양대 산맥’ 네이버와 카카오가 14일 나란히 새 시대 개막을 예고했다. 네이버는 ‘81년생 여성 리더’ 최수연 최고경영자(CEO)를 공식 선임하며 인터넷 산업의 성장기에 태어난 경영진으로 세대교체를 꾀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의장직을 내려놓고 미래 사업 구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글로벌 사업을 챙기고 있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과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선은 모두 해외로 향해 있다.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 /네이버 제공

◇ 네이버, 81년생 최수연 대표 선임…세대교체 본격화

네이버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 성남시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23기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최 신임 대표의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최수연 신임 대표는 한성숙 전 대표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네이버를 이끌게 됐다. 지난해 11월 대표로 내정된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17일 최 신임 대표를 대표이사로 내정한 바 있다. 당시 인사 내정을 두고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한 전 대표 아래인 본사 C레벨 임원, 사내독립기업(CIC) 대표, 총괄급을 건너뛰고 그 아래인 책임리더(조직장)급에게 대표직을 맡기기로 하면서다. 이는 글로벌 도약에 필요한 전문성, 조직문화 쇄신에 대한 회사의 의지를 보여줄 상징성 등 네이버가 당면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 대표는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은 네이버의 사업과 구성원들에 대한 주주들의 엄청난 신뢰이자 훨씬 큰 도전을 해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도약을 위해 무엇보다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네이버만의 기업문화를 회복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카카오, 대대적 변화 예고

이날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및 주요 계열사 등 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보낸 메시지에서 “저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오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김 의장의 사임은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차기 의장은 주총 이사회를 거쳐 새로 선임될 예정이다.

카카오 역시 새 수장 선임을 앞둔 가운데, 김 의장이 돌연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최근 골목상권 문어발식 확장, 계열사 쪼개기 상장, 스톡옵션 먹튀 등으로 여러 논란이 있었던 만큼 직접 글로벌 사업을 챙기며 회사의 먹거리, 주가 등을 챙기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카카오는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단독대표 내정자로 선임한 상태다. 애초 지난 2018년부터 4년간 카카오의 경영을 맡아온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의 임기 2년 연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지만, 조수용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퇴진했고, 이를 메울 차기 공동대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스톡옵션 먹튀 논란으로 낙마하며 카카오의 경영진 구성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었다.

김 의장은 “뉴 리더십이 정해진 후 엔케이(남궁훈 내정자)와 제 역할을 논의해왔다”라며 “앞으로 엔케이가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을 위해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저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와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를 위한 카카오공동체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의 중심을 이동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이해진(왼쪽)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새 시대 여는 네이버·카카오…글로벌 항해 본격화

같은 날 ‘새 시대’를 예고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는 이날 주총장에서 “선배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라인, 웹툰, 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다”라며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을 구축하고 기술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했다.

최 신임 대표는 1981년생으로 대표 선임 전까지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도와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을 이끄는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조직장)를 맡아온 바 있다. 네이버 이사회가 회사의 해외 사업 진출 확대를 위해 신임 대표로 그를 지목한 배경이다.

김범수 의장도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다”라며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함께 새로운 항해를 멋지게 펼쳐나가길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출발점으로 일본을 지목했다. 일본은 한게임 시절부터, 카톡 초창기, 픽코마까지 계속 두드렸던 시장이다.

남궁훈 내정자 역시 “한글 기반의 스마트폰 인구는 5000만명으로, 세계 스마트폰 인구 50억명의 1%에 해당한다”라며 “이제 카카오는 1%에서 99%로 나아가야 한다. 카카오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다”이라며 글로벌 확대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