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세계 제패” “공급망 강화” “세계 5대 강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유세 과정에서 내놓은 말들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키운다는 데 입을 모았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에서 20%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 주력 산업이다. 이 점을 두 후보 모두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목표가 같을 뿐, 그 실행 방안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 후보의 경제 공약 키워드는 ‘신(新) 경제’다. 이를 통해 한국을 세계 5강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5만달러, 연간 수출액 1조달러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한국 국민총소득은 3만달러, 연간 수출액은 6445억5000만달러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반도체 산업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4일 경기 용인시 유세에서 “용인을 반도체 국가전략 특화 산업단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용인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산실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가 위치해 있다. 이 후보는 “화성, 오산, 기흥(용인), 이천을 반도체 거점 단지로 키우겠다”고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이천 M16,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축이 되는 구상이다.
이 후보가 선정한 미래를 이끌 10대 산업은 반도체, 미래차, 2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 로봇, 친환경 에너지, 우주·항공, 패션, 메타버스 등이다. 이 산업들을 위한 모태 펀드 조성도 이 후보는 공약했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 2년여간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수급난 등 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는 새 대통령이 맞이하게 될 첫 어려움으로 꼽힌다. 이 후보는 ‘국가 공급망 진단 체계’를 구성해 행정부 각 부처별 공급망 대응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공급망을 종류별로 나눠 점검할 것이다”라고 했다.
소부장 예산도 크게 늘린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소부장 핵심 기술과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를 ‘소부장 으뜸기업’으로 선정해 기술 개발과 사업화, 해외 진출 등을 돕고 있다. 2024년까지 100개 기업을 선정하는데, 이 후보는 이 소부장 으뜸기업을 200개 이상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소부장 으뜸기업은 현재 43개가 선정돼 있다.
윤 후보는 “반도체 세계 제패”를 내세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는 용인과 이천, 평택을 반도체 미래 도시로 키운다는 점은 이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윤 후보는 반도체 기금을 모아 산업에 지원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기금은 한국이 가장 부족한 것으로 여겨지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에 쓴다. 정부가 우선 출자하고, 민간 기업의 공동 출자를 독려하기로 했다.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생태계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지만, 팹리스와 파운드리 분야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후보는 국가 균형 발전 전략도 반도체 산업과 연결하고 있다. 지방에 거점을 둔 대학에 반도체학과를 신설해 지역 발전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추세를 보면 인재 확보를 위해 반도체 기업이 대학에 채용 연계형 학과를 두는 일이 잦다. 직접 교육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 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포항공대(포스텍), 연세대, 성균관대에 반도체학과를 운영 중이다. 고려대에는 차세대통신학과를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와 손잡고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윤 후보는 공급망 문제를 경제 안보 차원에 접근하고 있다. 집권 후 청와대가 공급망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만나 “외교 안보와 경제 안보가 하나의 문제가 됐다”라며 “차기 정부를 맡으면 정부 조직과 운영 방식을 고칠 생각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청와대 안보실이 군사 안보뿐 아니라 경제 안보까지 고려할 것이다”라며 “기업 공급망을 점검하고 소부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