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지난해 4분기부터 시범상용화를 시작한 이동통신 3사의 5세대 이동통신(5G) 농어촌 공동망 구축으로 약 9000억원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개 통신사가 기지국을 구축하면 나머지 통신사가 별도 기지국 구축 없이 무선통신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공동망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KT 등까지 더하면 이동통신 3사는 총 3조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동통신 3사는 공동망 구축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보면서도 전반적인 5G 설비 투자는 줄이고 있다. 올해 역시 전년 수준의 투자를 하겠다고만 했다. 농어촌 공동망에 지하철 공동망 구축까지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면서도 설비투자에 인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망 구축 계획은 이동통신사의 요청을 정부가 받아들여 진행 중이다.
◇ 이동통신 3사, 총 3조원 비용 절감 효과 누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5G 농어촌 공동망으로 5G 기지국 구축비용 약 9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농어촌 공동망은 지난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가 5G 서비스 소외지역인 농어촌 지역에 서비스 향상을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이는 A사 5G 구축 지역에서 B사가 기지국을 구축하지 않아도 A사 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즉 1개 통신사가 1개의 기지국만 구축해도 3개사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11월 시범상용화를 시작했고, 올해부터 본격 상용화 단계에 돌입한다.
LG유플러스는 강원, 전남, 전북, 제주 등에 5G 농어촌 공동망을 구축한다. SK텔레콤은 경기, 경남, 세종, 인천, 충남, 충북 등이며, KT는 강원, 경기, 경남, 경북, 충북 등을 맡았다.
LG유플러스가 공동망 구축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린 만큼 SK텔레콤, KT 역시 같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2월 2020년 4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농어촌 지역에서 통신사 간 5G망 공동이용을 추진해 각 사별 1조원 가량 설비투자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총 3조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5G 설비투자는 해마다 뒷걸음질
이동통신 3사는 농어촌 지역 외 서울 지하철에서도 공동망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일부 지선구간을 대상으로 실증을 마무리한 이후 28㎓ 대역의 5G 기지국 구축을 다른 노선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오는 2022년 말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지하철 내 구축 중인 기지국 역시 농어촌 공동망과 마찬가지로 공동망으로 활용된다. 이에 따라 A 통신사가 1대의 기지국만 구축해도 A, B, C 등 업체가 각각 구축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농어촌 공동망과 마찬가지로 기지국 구축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통신 3사는 기지국 구축 절감 효과를 보면서도 설비투자에 인색한 모습을 보여왔다.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지난 2019년 3사는 총 9조5967억원을 투자한 이후 2020년(8조2761억원)에 이어 지난해 8조2020억원을 투자하는 등 해마다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 영업이익 증가율이 20%를 넘어선 것과 대비된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이 증가한 반면 투자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지적한 배경이기도 하다.
기지국 구축 미비로 인한 5G 이용자들의 품질 불만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월 내놓은 '2021년 통신분쟁조정 사례집'에는 5G 요금제를 가입했지만,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등 불만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시민단체들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비용 절감에 몰두하며 품질 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