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 간 가파르게 성장한 네이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다시 한 번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하면서 네이버의 대표 서비스인 검색뿐 아니라 쇼핑, 결제, 콘텐츠, 클라우드까지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검색을 제외한 사업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시가 총액에서도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같은 굴지의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코노미조선’은 검색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한국 1세대 벤처 네이버가 새롭게 쓰고 있는 기업사를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네이버 미래를 책임질 3인방인 박민수(왼쪽부터) 네이버클라우드 리더, 정권우 파파고 리더, 김주형 웨일 리더가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은 네이버 본사. /김흥구 객원기자

네이버가 미래를 책임질 ‘제2의 네이버’를 육성 중이다. 20년 전 후발 검색 엔진에 불과했던 네이버가 ‘플랫폼 항해자’로 거듭난 것처럼 또 다른 네이버를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경쟁자로 꼽힌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네이버는 이미 세계에서 유일하게 구글과 맞붙어서 이긴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네이버의 핵심 신사업은 네이버클라우드와 웨일, 파파고 등 세 개로 압축된다. 클라우드와 브라우저, 번역기까지 공교롭게 모두 구글이 진출해 있는 영역으로, 사업 비교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처음부터 네이버가 구글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다. 기술 리더십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한 결과가 자연스레 빅테크와 경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011년부터 R&D를 진행해 2017년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금까지 매년 두 배 이상 성장을 이어 가는 중이다. 현재 기업 고객만 6만5000개 사 이상이다. 웹 엔진 개발 프로젝트로 시작한 웨일은 5년간의 R&D 끝에 2017년 PC브라우저를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빅테크가 양분하는 브라우저 시장에서 한국의 기술 자립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번역 서비스인 파파고는 2012년 통계 기반 기계 번역 기술(SMT) 번역기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16년 처음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올해 1월 기준 국내 이용자는 앱과 웹을 합해 월간 이용자 수(MAU) 약 1300만 명이다. 앱 기준으로 70%가 국내 이용자, 30%는 해외 이용자다.

빅테크들이 선점한 클라우드, 브라우저, 번역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서 진입이 쉽지 않았다.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기업, 고객과 끊임없는 소통으로 맞춤형 전략을 세웠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사용자 우선’이다. 이는 언어 장벽 등으로 정서적 교감이 어려운 외국계 기업과 달리, 한국 토종 기업만이 지닐 수 있는 무기였다.

신사업 성장을 위해 네이버도 물심양면으로 지원 사격했다. 사람이 곧 자원인 정보기술(IT) 업종 특성에 맞춰 인재 채용에 제약을 두지 않고 지속해서 개발 인력을 늘리도록 했다. 좋은 인재들이 모이자 새로운 기술개발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시선은 국내를 넘어 이제 해외로 향해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최근 네이버 본사에서 구글에 맞서 회사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력 3인방을 만나봤다.

박민수 네이버클라우드 리더. /김흥구 객원기자
네이버클라우드 서비스. /네이버클라우드

[Interview] 박민수 네이버클라우드 리더

”韓 기업 입맛에 맞춘 서비스…올해 동남아·日 진출 고삐”

국내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17년 대외 클라우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초기에는 인터넷, 게임사를 타깃으로 했다. 당시 해외 경쟁사 대비 상품 수와 품질에서 부족함이 있어 고객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공공과 금융 고객을 위한 전용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상품인 뉴로클라우드를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보안 및 규제에 민감한 공공, 금융, 의료,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는 18개 카테고리, 200개 이상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춰서 글로벌 사업자와 대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 고객은 6만5000개 사다.”

해외 사업 현황은.

”대한민국을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홍콩, 독일, 미국 등 세계 주요 거점에 구축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 리전(region)은 글로벌 전용 회선으로 연결돼 있고 이중화 구성으로 가용성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동남아 리전은 최근 확대 오픈을 마쳤다. 올여름에는 일본 리전 확대가 예정돼 있고 이미 센터, 장비 등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내년 이후에는 유럽, 북미순으로 추가 투자를 계획 중이다.”

데이터센터 구축은 어떻게 되고 있나.

”최근 급격한 IT 수요 증가에 따라 데이터센터 확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세종시에 제2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을 구축 중으로, 올해 12월 준공한다. 이는 2013년 개장한 데이터센터 ‘각 춘천’보다 규모를 6배 확장해 설계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다. 아울러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에너지 효율화에도 힘쓰고 있다. 각 세종의 경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일환으로 그린테크 기능 구현에 역점을 뒀다. 입지 선정부터 설계, 건축, 운영까지 전 과정에 걸쳐 자연과 공존하면서 최적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솔루션을 실현했으며 앞서 설립한 각 춘천의 운영 노하우를 살려 건물 에너지 사용량과 전력 사용 효율(PUE)을 철저히 분석해 우수한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리(DCIM)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우수 및 폐열 등 재생에너지와 자연풍, 수자원 등 친환경 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를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는 요소도 다방면으로 갖췄다.”

토종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로 국내외 시장 공략 전략은.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가상화 기술로 IT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자체 기술이 있다. 대부분의 국내 사업자들과 달리 오픈소스 클라우드 기술이 아닌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고객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기 위한 분산 스토리지 기술, 네트워크 가상화, 데이터베이스 기술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자체 개발한 기술들을 클라우드에 녹여 그대로 고객이 가져다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향후에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연계한 모바일 에지 컴퓨팅, 서비스형 로봇, 동형암호 등 미래 준비를 위한 기술과 솔루션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듣고 국내 기업이 원하는 것을 수용하고 반영한 것 또한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클라우드 벤더의 경우 불편한 것이 있더라도 본사 정책에 따라 빠르게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김주형 웨일 리더. /김흥구 객원기자
웨일 OS 구동 화면. /웨일

[Interview] 김주형 웨일 리더

”韓 검색 시장처럼 네이버가 교육 시장 지키겠다”

네이버 웨일은 교육 연계 서비스를 많이 하고 있다. 유독 교육에 집중하는 배경은 무엇이고, 다른 영역으로 확장도 가능한가.

”교육은 산업과 사회의 기반이 되는 종합 분야다. 웨일은 ‘웹 서비스 플랫폼’으로, 한국 교육 산업이 외산 솔루션에 종속되지 않고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네이버가 한국의 검색 시장을 지키고 있듯 교육 시장에서도 충분한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기대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웨일은 디바이스나 서비스 영역을 불문하고 웹 기반의 환경이라면 어디든 확장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이다. B2B, B2C에서의 성과는 어떤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많은 리소스가 국내 교육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기업 간 거래(B2B),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분야에서도 서비스 확장을 준비 중이다. 우선 교육 분야의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학원 등에서도 웨일 스페이스 플랫폼을 사용하고자 하는 니즈가 많아 제휴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 또 일반 기업에서 업무 환경 개선 목적으로도 웨일 플랫폼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얼마 전 공개된 한국능률협회, 엔에스데블과의 3자 협약으로 자격증 평가 및 교육 서비스 분야에서도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올해 6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지원을 종료하고, 브라우저 경쟁 환경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많은 사용자는 브라우저나 기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외산 의존도가 높은 게 현실이다. 브라우저는 사용자에게 기반 인프라같이 느껴지는 만큼 내가 선택적으로 다른 브라우저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용자도 많다. 웨일이 진행하는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의 노력이 장기적으로 사용자 인식 변화로도 이어지길 바란다.”

교육용 노트북PC인 ‘웨일북’도 내놓았다. 배경은.

”학습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원격 수업 시 작은 스마트폰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과 노트북으로 참여하는 학생 사이에 학습 집중도의 차이, 효율성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부담은 덜고 학습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화 디바이스 ‘웨일북’을 구상하게 됐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학생 1인당 1개의 디바이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노트북 유무의 차이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것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디바이스 지원이 어려운 경우 PC, 모바일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웨일북 판매를 제외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은.

”교육 현장과 사용자 입장에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기에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보다 많은 서비스를 연계하고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수익 모델 구축에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웨일연구소는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다. 웨일 브라우저는 처음부터 사용자와 함께 만들어 간다는 철학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아마 이 부분이 다른 브라우저 서비스와 결정적인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웨일연구소는 웨일 사용자들이 사용할 때 불편함을 제보하거나 개선점을 아이디어로 남겨 주는 채널이다. 최근 호응을 얻고 있는 웨일 브라우저의 ‘다크 모드’도 다양한 사용자들이 직접 짚어 줬고, 그중 다크 모드의 예약 기능을 반영한 업데이트가 3월에 있을 예정이다.”

정권우 파파고 리더. /김흥구 객원기자
파파고가 지원하는 웹사이트 번역 서비스. /파파고

[Interview] 정권우 파파고 리더

”세계 웹 콘텐츠 87% 번역 가능”

파파고의 번역 정확도를 평가하자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나.

”한국어와 영어를 기준으로 하면 서로 문법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 체계도 다르기 때문에 번역 난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점수로 표현해야 한다면 평균 80점이다. 일상 회화, 뉴스 등 번역이 잘되는 문장은 90점 이상, 소셜미디어(SNS), 논문 등 난도가 높은 문장은 70점 수준이다.”

번역 서비스에 활용하는 인공 신경망 기계 번역 기술은 어떤 것인가.

”인공 신경망 기계 번역 기술은 기존 통계 기반 기계 번역 기술보다 번역 품질이 월등히 높다. 통계 기반 번역기가 단어나 구 단위로 번역을 수행하는 반면, 인공 신경망 번역기는 문장 전체에 대한 번역을 수행하기 때문에 더 많은 문맥을 기반으로 번역할 수 있다. 도착 언어 기준으로 유창하고 자연스러운 번역 결과도 제공한다. 다만 원문 내용을 일부 생략하거나 원문에 없는 내용을 과생성하는 등 오번역 사례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파파고가 번역을 지원하는 언어는.

”15개 언어를 번역할 수 있다. 한국어를 중심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사용량이 많은 언어에서 뛰어난 품질의 기계 번역을 제공한다. 사용자 요구 사항이 많은 태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등 동남아 언어와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유럽 언어도 번역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파파고 지원 언어는 세계 웹 콘텐츠 87%(2022년 조사)를 커버하는 수준이다.”

구글 번역기와 비교해 파파고의 강점은.

”파파고에는 높임말 번역 기능이 있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높임말’이라는 개념을 파파고를 통해 도와주기 위해서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에게는 상황에 알맞은 높임말을 사용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번역기 결과를 그대로 활용할 경우 자칫 무례한 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번역도 결국 AI의 학습 능력에 좌우되는 것 같다. 구글과 비교하면 데이터 수가 적을 텐데, 경쟁에서 이길 전략은.

”파파고에서는 사용자가 번역기를 사용하는 목적과 유형을 분석해 목적에 알맞은 번역 데이터를 구축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품질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파파고는 K팝 관련 문장들의 번역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작업을 수행했다. 데이터가 아무리 많더라도 언어는 항상 진화하고 새로운 표현들이 생성되는 특성이 있기에 타사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꾸준한 데이터 구축과 관리가 중요한 전략이다. 그뿐만 아니라 AI 기술은 데이터와 모델링 기법을 융합해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하는 복합적인 기술이기에 각각의 요소에서 최고 수준의 데이터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파파고 팀에서는 데이터, 모델, 사용자 요구 반영 등을 바탕으로 기계 번역, 이미지 번역 등에서 최고 수준의 번역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AI 번역이 인간 번역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는지.

”인간은 한 문장을 번역하는 데 몇 초가 걸리지만, 기계 번역은 훨씬 짧은 시간 내 번역을 할 수 있고,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번역할 수도 있다. 반면 문맥을 고려해야 하는 번역, 신조어가 포함되는 번역, 특정 도메인에서만 사용되는 전문 용어 번역 등 기계 번역기가 어려워하는 영역도 존재한다. 기계 번역기가 인간 번역 실력을 완전히 넘어서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당분간 기계 번역기를 사용하는 번역가들이 기계 번역기를 사용하지 않는 번역가들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도구로서의 시간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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