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넥슨 창업주 겸 NXC 대표. /넥슨 제공

국내 게임 1위 기업 넥슨을 만든 김정주 NXC 이사의 사망 이후 회사 경영권과 미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김 창업주는 생전인 지난 2018년 넥슨의 경영권을 자녀에게 세습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해 넥슨이 전문 경영진 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는 2005년 회사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넥슨그룹을 지칭하는 넥슨컴퍼니의 지주회사 NXC는 넥슨코리아 등 게임 사업 핵심 계열사를 축으로 국내외 유망 기업 등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창업주는 지난해 말 기준 NXC 지분 67.49%를 보유하고 있다. 배우자인 유정현 NXC 감사는 회사 지분의 29.43%를 갖고 있다. 김 창업주 부부가 소유한 개인 회사 와이즈키즈의 NXC 지분까지 더하면 김 창업주가 NXC 전체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이은현

NXC는 일본에 상장된 법인 넥슨의 지분 47%를 갖고 있다. 벨기에에 있는 NXC 자회사 NXMH B.V도 넥슨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넥슨은 지난 1일 기준 시가총액이 24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포브스는 김 창업주의 재산을 110억달러(약 13조원)로 추산했다.

지난해 2조8530억원의 매출을 올린 넥슨코리아는 넥슨이 지배하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네오플, 넥슨게임즈 등 개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넥슨컴퍼니는 ‘한국→벨기에→일본→한국’으로 이어지는 우회지배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넥슨의 내부지분율은 지난해 5월 기준 95.4%로, 이 덕분에 적대적 인수합병(M&A)에 경영권 방어가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영권 매각에서 있어 이른바 ‘빅딜’이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김 창업주는 지난해 7월 NXC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으며 대부분의 권한을 이재교 NXC 대표에 일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김 창업주는 넥슨 경영을 ‘심즈·피파·배틀필드’ 등으로 유명한 미국 거대 게임사 일렉트로아츠(EA) 출신의 오웬 마호니 대표와 이사회에 맡기고, 투자 활동에 전념해 왔다. 핵심 계열사인 넥슨코리아 경영은 이정헌 대표 등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김 창업주는 각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투자 및 인재 발굴 등에 힘써왔는데, 지난 1월 마블 영화 ‘어벤져스’ 감독으로 유명해진 루소 형제 감독이 설립한 영상 제작사 AGBO에 6000억원을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넥슨이 지식재산권(IP) 확보를 통한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있어 후방 지원을 한 것이다.

넥슨 판교 사옥. /연합뉴스

업계는 김 창업주의 사망으로 넥슨의 전문 경영인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은 현재 시점으로 크지 않다고 본다. 특히 김 창업주는 지난 2018년 자녀에게 본인의 재산을 상속하되, 넥슨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 창업주의 두 딸은 NXC 지분 각각 0.68%를 소유하고 있다. 당시 김 창업주는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삶을 살 것이고, 자녀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저와 제 가족이 가진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서울에만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을 전국 주요 권역에 설립하겠다”고 했다.

다만 지난 2019년 김 창업주는 배우자인 유정현 NXC 이사와 함께 보유한 NXC 지분 98%의 매각을 시도했다. 당시 적절한 인수 대상을 찾지 못해 매각은 최종 불발됐으나, 최근 다시 한번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업계 소문이 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넥슨을 비롯한 NXC 보유 지분은 공동창업자나 다름없는 배우자 유정현 감사에 달려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김 창업주의 복심으로 꼽히는 이재교 NXC 대표 역시 넥슨 미래를 결정할 주요 인물로 꼽힌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