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NXC 이사가 넥슨을 창업했던 20대 시절 모습. /NXC 제공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이사가 2월 말 미국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그는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회사 넥슨을 창업한 국내 게임 1세대 창업자다.

NXC는 1일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라며 “그는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고, 최근 들어 악화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1968년 2월 22일 서울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산학과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이후 카이스트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했지만, 6개월 만에 그만두고 1994년 넥슨을 창업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관심이 많았던 게임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창업을 위한 초기 자본은 넥슨을 공동 창업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XL게임즈) 대표와 함께 마련했다. 김 이사는 투자금을 앞세워 PC 온라인게임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투자금 대부분은 인건비로 사용했다. 투자금이 떨어지자 그는 국내 기업들의 온라인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자본을 마련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임이 국내 PC 온라인게임의 시초라 불리는 ‘바람의 나라’다.

1996년 4월 출시한 바람의 나라는 만화가 김진의 작품 ‘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해 만든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게임 이용자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함께 사냥하면서 동료가 되고, 나아가 물건도 거래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게임에 대입한 것이다. 바람의 나라는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넥슨을 세상에 알렸다.

넥슨코리아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 /넥슨 제공

그는 2005년 넥슨이 다양한 게임회사를 인수하면서 덩치가 커지자, 순환출자 방식에서 넥슨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넥슨의 지주회사이자 모기업인 NXC를 설립한 것도 이때다. 이후 그는 NXC 대표이사로 15년을 활동했다.

김 이사는 2019년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NXC 지분 98.6%를 매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그가 직접 일군 넥슨을 매각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김 이사의 지분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면서,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김 이사의 NXC 지분 매각은 2019년 6월 최종 무산됐다.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2021년 NXC 대표이사(사내이사 및 등기 이사는 유지) 자리에서 내려왔다.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다만 그는 최근까지도 넥슨의 미래 사업 발굴에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가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가상화폐 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6년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했으며, 2018년에는 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 미국 가상자산 중개회사 타고미에 투자했다. 2020년 2월에는 NXC 자회사로 아퀴스를 설립해 금융거래 플랫폼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빗썸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