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이사는 지난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국내 부호 순위에서 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게임산업을 키운 1세대 창업자이자 성공한 기업가로 평가받은 것이다.
포브스는 지난해 6월 기준 김 이사의 자산 규모가 11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자회사인 넥슨이 일본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자산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김 이사를 아는 지인들은 “평소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부자로 보는 시선을 매우 싫어했다”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중견 게임사 한 임원은 “자유분방한 성격의 그가 가장 경계했던 게 자신을 재벌로 보는 시선이다”라며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라고 했다.
김 이사가 지난해 9월 NXC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김 이사는 당시 “넥슨이 지주사로 전환하고 16년 동안 NXC 대표를 맡았는데, 이제는 역량 있는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라며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과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라고 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김 이사는 최근까지도 넥슨과 국내 게임 산업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면서 유럽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등에 투자했다. 단순히 넥슨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 국내 게임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사실 김 이사가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분야는 따로 있다. 몸이 불편한 어린이들을 위한 재활치료다. 넥슨은 지난 2014년 장애 아동의 재활 치료를 위한 어린이 재활 병원을 설립했다. 지난 2020년에는 서울대병원에 100억을 전달하기도 했다. 어린이 환자와 가족들에게 종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대학교병원 넥슨 어린이 완화 의료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서다. 공개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 이사도 어린이 재활 병원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할 정도였다.
김 이사는 평소 지인들에게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회사 임직원들에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김 이사는 자신과 넥슨을 돈만 우선시하는 기업으로 보는 시선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라며 “어린이 재활 병원을 만들고 청소년 교육에 집중했던 것도 이런 시선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