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13 카메라 모듈의 70%를 책임지고 있다. /애플 제공

LG이노텍의 지난해 매출 75%는 애플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매출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플 아이폰 흥행 여부에 따라 LG이노텍의 실적도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서다.

24일 LG이노텍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애플과의 거래로 11조192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전년 6조4618억원 대비 73% 늘어난 규모다. LG이노텍의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8%에서 75%로 뛰었다. 전체 매출의 4분의 3을 애플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LG이노텍 내에서 애플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커진 건 지난 2017년부터다. 현재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을 주로 만드는데, 애플이 2017년 출시한 아이폰X(텐)에 렌즈가 두 개인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면서 관련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6년까지 LG이노텍 매출에서 애플 비중은 37%에 불과했으나, 2017년 54%로 절반 이상을 상회했고, 2018년 58%, 2019년 64%, 2020년 68%로 매년 확대됐다.

그래픽=손민균

애플 아이폰 카메라 모듈 공급 비중이 LG이노텍에 쏠린 것도 이때쯤이다. 애플이 아이폰 10대를 팔면 그중 5대에는 LG이노텍의 모듈을 장착한 것이다. 애플은 LG이노텍과 일본 샤프(대만 폭스콘이 인수), 중국 오필름에서 카메라 모듈을 공급받고 있는데, LG이노텍의 기술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다만 특정 업체에 대한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애플은 한 회사의 최대 공급 점유율을 50~60%선으로 맞추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아이폰 카메라 모듈 점유율은 LG이노텍 58%, 샤프 37%, 오필름 5%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샤프의 대만 카메라 모듈 공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멈추면서 아이폰13에 카메라 모듈 공급이 LG이노텍으로 더욱 몰렸다. 업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LG이노텍의 공급 점유율이 7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LG이노텍이 지난해 매출 14조9456억원(전년대비 56.5% 증가)을 거둬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한 것도 결국은 애플 공급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3차원(3D) 센싱 모듈 등 고성능 카메라 모듈 신제품 공급 확대가 지난해 좋은 성적의 원인이다”라고 했다.

LG이노텍 직원들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 모듈을 소개하는 모습. /LG이노텍 제공

애플이라는 최고의 고객사를 두고 있는 LG이노텍이지만, 고객사 다변화에는 소극적이다. 더욱이 모기업인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LG이노텍은 신규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실제 지난해 애플을 제외한 스마트폰 매출 상위 9개 업체의 매출 총합은 전체의 8%에 불과해 업체당 평균 매출 비중이 1%도 되지 않았다.

업계는 LG이노텍이 애플에 대한 매출 편중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애플이 공급망 다변화를 이유로 LG이노텍 비중을 의도적으로 낮출 경우 실적이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특정 공급 업체가 부품 공급을 주도하는 편중 현상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라며 “부품 수급, 가격 협상,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애플은 LG이노텍의 공급 비중을 언제든 줄일 수 있다”라고 했다. 애플은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에서 이미 이런 구도를 짜고 있다. 중국 BOE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견제하고,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 CATL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전체 사업부에서 광학솔루션 사업부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도 LG이노텍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카메라 모듈을 생산·판매하는 곳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의 77%를 견인했다. 지난 2019년 68%와 비교해 2년 만에 9% 포인트 증가했다. LG이노텍은 첨단 반도체 기판 사업을 키워 매출 편중을 벗어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2일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반도체 기판 시설과 설비에 413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사업 다각화 노력 중 하나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