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脫삼성전자’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계열사이자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를 넘어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기의 고객사 다변화 흐름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삼성전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지난해 매출(9조6750억원) 가운데 삼성전자와 그 종속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8.6%(2조7685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5.2%와 비교해 1년 새 6.6%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30% 아래로 내려온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지난 2019년 44.3%와 비교해서는 2년 만에 15.7%포인트 줄었다.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든 만큼 중국 샤오미에 대한 매출 비중(규모)은 빠르게 늘어났다. 지난해 삼성전기가 샤오미와의 거래로 올린 매출은 전체 매출의 10.4%로, 1년 새 3.0%포인트 증가했다. 매출도 1조30억원으로 전년 5730억원 대비 74.7% 많아졌다.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대신할 삼성전기의 주요 고객사로 떠오른 것이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973년 창사 이후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고용량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고사양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판매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삼성전기가 고객사를 늘리면서 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판매를 늘릴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삼성전자 매출 비중을 낮추고,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사업 체질 개선에 집중해왔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편중 현상이 외부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높인다는 우려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안정적인 성장을 방해한다는 외부 평가도 많았다.
삼성전기 내부에서도 삼성전자에만 의지해서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이 공유됐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 부품 사용을 늘리고 있는 만큼 ‘우리도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삼성전기 내부에서도 형성된 것이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비중을 2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계획은 지난해 3월 경계현 전 삼성전기 사장이 주주총회에서 밝힌 내용이지만, 지난해 12월 취임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샤오미를 넘어 오포·비보 등 중국 업체와 미국 테슬라를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중국은 삼성전기 매출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의 41.1%(3조9764억원)가 중국에서 나왔다. 테슬라는 삼성전기가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대표 완성차 업체로, 2017년부터 테슬라 전기차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기는 고용량 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호황에 힘입어 올해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삼성전기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조3965억원, 1조697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매출은 7.5%, 영업이익은 14.1% 늘어난 규모다. 박찬호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판 사업부의 실적이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