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택시의 기사들이 단거리보단 장거리 호출(콜) 위주로 잡는 정황을 확인했다는 서울시의 발표에 카카오모빌리티는 24일 “승객을 골라태우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시의 조사 방식과 표본 수에 한계가 있어 ‘승객 골라태우기 정황 확인’이란 결론을 뒷받침하기 어렵고, 오히려 자사 데이터에 따르면 카카오T 플랫폼이 골라태우기 문제와 그 근본 원인인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의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11일부터 11월 2일까지 23일간 실태조사를 통해 카카오 택시의 승객 골라태우기 정황을 확인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서울시는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장거리(10㎞ 이상)과 단거리(3㎞ 이내), 아침·낮·밤, 평일과 주말, 목적지(도심 또는 비도심)별 조건에 따라 총 841대의 택시를 골고루 부른 후 호출 성공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장거리(81.8%)보다 단거리(66.4%) 호출의 성공률이 더 낮았고, 특히 수요가 급증하는 피크시간대인 평일 밤, 도심에서 출발해 비도심에 도착하는 호출의 성공률은 장거리(54%)가 단거리(23%)의 2배였다.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 택시가 장거리 호출을 부른 승객 위주로 골라태우는 정황이 확인된다고 결론내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술적으로 승객 호출의 도착지 정보를 가려 택시 기사가 알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루 뒤인 이날 카카오모빌리티는 반박 자료를 통해 서울시의 조사 과정과 결론 모두를 반박했다. 우선 841대라는 표본의 크기가 작아 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통상 모집단 전체가 아닌 그중 일부인 표본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집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집단 전체의 데이터를 추정할 경우, 표본의 크기가 클수록 추정의 신뢰도도 높아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시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택시 이용 건수는 약 3억건, 하루 평균 약 75만건이었으므로 이번 서울시의 조사기간(지난해 10월 11일~11월 2일) 약 1700만건의 운행이 있었을 걸로 추산한다”라며 “841건은 전체의 0.005%에 불과하다. 오차범위가 다소 클 수밖에 없을 걸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보통 대선 여론조사도 1000명 정도를 조사하기 때문에 표본 크기는 충분히 크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오히려 자사 가맹택시(카카오T블루·카카오T블랙)가 승객 골라태우기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비(非)가맹택시인 일반택시를 제외한 가맹택시(카카오T블루 등)만 따질 경우 장거리(31.1%)보다 단거리(46.2%) 호출의 성공률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자체 조사에서는 가맹택시의 단거리(5㎞ 미만) 배차 성공률이 2019년 상반기 64.6%에서 지난해 상반기 73.7%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또 승객 골라태우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택시 기사에게 호출의 도착지 정보를 표시하지 않는 게 아니라, 수요에 비해 부족한 택시 공급을 늘리는 일이 우선이라고도 했다. 이런 점에서 호출 효율화로 전체 택시 운행 건수를 늘리는 자사 플랫폼이 문제 해결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승객 골라태우기는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승차거부의 일종이다”라며 “오프라인과 달리 단속이 어렵기 때문에 도착지 미표기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