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접히는) 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를 공급하는 자회사 도우인시스의 지분을 크게 늘렸다. 올해 출하량이 2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여겨지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23일 삼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기준 도우인시스 지분을 69%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년인 2020년 말 52.5%와 비교해 16.5%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도우인시스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꼽히는 초박막강화유리(UTG·Ultra Thin Glass)를 만드는 회사다. 독일 쇼트로부터 공급받은 유리 원판을 3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수준으로 아주 얇게 가공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내구성을 높이는 강화 공정 등을 더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도우인시스의 UTG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결합해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완성, 삼성전자는 물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 등에 납품하고 있다.
UTG 기술은 전 세계에서 도우인시스가 거의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플라스틱 필름을 사용한다. UTG 기술은 난이도가 높아 현재 시장 내 경쟁자도 딱히 없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OLED 시장의 94%를 차지하게 된 배경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도우인시스의 지분을 확대한 것은 이 분야의 급성장이 예고되는 가운데, 소재·부품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과 기술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UTG의 생산을 일부 담당하고 있는 도우인시스 자회사 지에프의 지분도 100% 갖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도우인시스와 2013년부터 기술 협력 관계를 맺고, UTG를 독점 공급받고 있다. 이어 2018년 삼성벤처투자가 만든 신기술투자조합(SVIC) 펀드를 통해 지분 투자에 나섰고, 전환사채(CB) 인수 등으로 2019년 최대 주주에 올랐다. 2020년에는 52.5%의 지분을 확보, 도우인시스를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2019년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Z폴드 때는 UTG를 사용하지 않았다. 갤럭시Z 시리즈가 UTG를 본격 적용한 것은 2020년 출시된 2세대부터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Z폴드·플립3에도 UTG가 들어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폴더블 디스플레이 관련 투자도 늘리는 중이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에 있는 디스플레이 모듈 생산라인을 기존 7개에서 3개 추가해 총 10개로 운영하며, 지난해 말 이미 장비 발주가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증설이 완료되면 폴더블 디스플레이 생산 능력은 기존 월 140만~150만대에서 월 200만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빠르게 성장 중인 폴더블 수요 대응을 위해 적기 모듈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증설을 통해) 폴더블 제품을 기존 고객뿐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로 다변화해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4년까지 연간 53%씩 증가해 지난해 890만대에서 2024년 3185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6년 9.7%까지 확대돼 처음으로 1억대가 출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