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13일 넷플릭스 시청시간 자체 집계 기준, 각각 비(非)영어 영화와 TV쇼(드라마) 1위에 오른 '스루 마이 윈도'(위)와 '지금 우리 학교는'(아래). 두 작품의 원작은 네이버 웹소설과 웹툰이다. /넷플릭스 제공

네이버의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 ‘스루 마이 윈도’가 넷플릭스 공개 후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네이버가 왓패드를 인수하고 추진한 영상화 프로젝트의 첫 성과다. 이를 시작으로 네이버는 올해부터 왓패드 작품 100여편을 영상화하고 해외 각국에서 팬층(fan層)을 확보, 콘텐츠 사업의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낸다.

21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스루 마이 윈도’는 개봉 직후인 지난 7~13일 주간 시청시간 기준 비(非)영어 영화 부문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왓패드에서 연재를 시작, 누적 3억4000만 조회수를 올린 동명의 10대 로맨스 장르 웹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로써 비영어 TV쇼(드라마) 부문 1위 ‘지금 우리 학교는’과 함께 넷플릭스 양대 장르의 정상을 네이버 원작 두 편이 나란히 차지하게 됐다.

스루 마이 윈도는 22개국에서 1위, 85개국에서 10위권에 들었다. 스페인어 작품인 만큼 해당 언어권인 스페인과 남미에서 특히 인기를 얻었다. 네이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영화의 흥행으로 후속작 2편 ‘대로(Boulevard)’와 ‘퍼펙토스 멘티로소스(Perfectos Mentirosos·스페인어로 ‘완벽한 거짓말쟁이들’)’도 최근 넷플릭스 개봉이 확정돼 각각 스페인과 멕시코에서 영화·드라마 제작에 들어간다.

이를 포함해 네이버가 왓패드를 통해 제작 중인 웹소설 원작 영화·드라마는 100여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금 우리 학교는’ ‘스루 마이 윈도’ 등이 최근에 보여준 성과는 더 많은 글로벌 팬들에게 원작에 대한 관심을 환기해 웹툰·웹소설의 매출을 올리고, 할리우드를 필두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네이버가 글로벌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를 펼칠 기회를 늘려준다”라며 “영상화를 통한 킬러(인기) IP 발굴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왓패드 PC 웹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왓패드 제공

왓패드는 전 세계 이용자 9000만명, 작품 10억개를 확보한 북미 최대 규모의 웹소설 플랫폼이다. 작품의 80% 이상이 영어와 스페인어로 쓰였다. 네이버는 전 세계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 언어권 독자에게 친숙한 작품을 확보, 한국 콘텐츠 위주인 자회사 네이버웹툰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지난해 5월 왓패드를 인수했다.

네이버는 특히 왓패드 작품의 영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수 직후인 지난해 6월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국내에서 네이버웹툰의 자회사 ‘스튜디오N’을 통해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인기 드라마를 배출하고 원작의 실적 성장까지 이끌고 있는 전략을 왓패드에도 대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원작이 영상화되면 판권 판매로 끝나지 않고, 원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져 원작의 인기와 유료 결제액도 늘어난다”라며 “해외 이용자들이 플랫폼으로 신규 유입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경우 넷플릭스 공개 후 원작의 주간 평균 조회수와 거래액이 각각 70배, 59배 늘었다고 네이버는 밝혔다.

지난해 12월엔 미국 3대 지상파 중 하나인 CBS와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 ‘바이아콤CBS 인터내셔널 스튜디오’와 콘텐츠 제작 파트너십을 체결, 왓패드 작품의 영상화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다음 달 최수연 차기 대표 체제로 바뀌는 네이버는 올해 글로벌 진출에 집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5개 사업 중 콘텐츠 사업은 네이버웹툰과 왓패드를 합쳐 전 세계 1억7000만 이용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