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내 이동통신 3사의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추가 할당 갈등 중재를 위해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모았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혼란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2월로 예정됐던 주파수 추가 할당 경매가 미뤄진 데다, 정부가 구체적 시기 언급 없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밝히면서다.
임혜숙 장관은 17일 오전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구현모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등 통신 3사 CEO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과기정통부는 5G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투자 확대 방안, 농어촌 공동망 구축, 주파수 추가 할당 공급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임 장관이 통신 3사 CEO와 공식적으로 마주 앉은 것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이날이 세 번째다. 모두 5G 관련이었다. 첫 간담회는 지난해 6월, 이후 같은 해 11월에 진행됐다. 첫 간담회 당시에는 3.5㎓(기가헤르츠) 대역 5G 전국망 구축 추진 현황과 28㎓ 대역 5G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두 번째에는 5G 관련 투자를 독려했다.
이날 간담회는 통신 3사가 5G 주파수 추가 할당을 두고 빚는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차원의 성격이 짙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도 "주파수 추가 할당 문제가 가장 많이 논의됐다"라며 "일정에 대해 의견을 듣고, 나누며 3사 대표가 각자 입장을 자세히 말했다"라고 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의 요청을 받아들여 올해 2월 5G 3.4~3.42㎓ 대역 20㎒(메가헤르츠) 폭 추가 할당 경매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SK텔레콤이 3.7㎓ 이상 대역 추가 경매를 요청하면서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선 이날 주무 부처 장관이 통신 3사 수장을 불러 모은 만큼 해결책 모색에 대한 기대감도 나왔지만, 해결책을 찾기는커녕 사업자 간 입장차만 확인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구현모 KT 대표는 '공정 경쟁' 부문을 강조하며 과거 2013년 자신들이 4세대 이동통신(LTE) 주파수를 할당받을 당시 지역별 서비스를 순차 제공하도록 한 할당 조건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는 2013년 KT가 인접 대역인 1.8㎓ 대역에서 15㎒ 폭을 할당받아 별도 개발 없이 즉시 '광대역 LTE'를 구축하게 되자 LG유플러스가 반발하며 '지역별 서비스 시기 제한'이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KT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월 열린 사업자들이 모여 진행한 공청회에서 KT가 지속 언급했던 대목이다. 사실상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의미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도 국내 1위 사업자로 가입자 수가 가장 많지만, 1인당 주파수는 3사 중 최소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2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주파수가 특정사업자(LG유플러스)로 간다면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에 역차별이라는 의견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편익과 주파수의 공정한 이용환경, 사업자 투자 확대, 정부의 세수 확대 등을 고려해 사업자에 균등한 배분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농어촌 지역별 사업자 간 통신품질 격차가 생기고 있다라며 주파수 추가 할당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역차별이 생기니 해소를 위해 요청을 했는데, SK텔레콤이 추가로 요청을 하면서 검토해달라는 부문은 문제가 있고, 분리해서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임혜숙 장관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조속히 방향에 대해 발표하겠다"라고 했지만, 과기정통부는 구체적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우선 다음 주부터 연구반을 가동해 SK텔레콤의 요청에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LG유플러스의 주파수 추가 할당 요청 검토에만 반년 이상이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 2월 계획했던 경매가 내달 대선까지 겹치며 하반기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