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7일 맞춤형 생활가전 비스포크(BESPOKE)를 생활가전 전체로 확대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존 프리미엄 주방 가전인 셰프컬렉션을 없애고 프리미엄 비스포크 라인업 ‘인피니트’를 선보이는 등 ‘삼성 생활가전=비스포크’라는 전략을 전면에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비스포크에 힘입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비스포크 냉장고를 처음으로 출시, 국내에 맞춤형 생활가전을 도입했다. 명품, 고급 자동차에 있는 ‘개인맞춤’ 콘셉트를 생활가전으로 가져왔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사용하기 위해 이름도 ‘비스포크’를 그대로 사용했다.
삼성 비스포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되는 일명 ‘펜트업(pent-up·억눌림)’ 효과와 맞물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출시 6개월 만에 삼성전자 국내 냉장고 매출의 50%를 넘었고,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비스포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었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은 이날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플랫폼 제페토에서 진행한 미디어 행사에서 “지난해 생활가전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비스포크 제품이 담당했다”라며 “올해는 정확한 매출 목표를 말하긴 어렵지만, 가전 매출의 상당 부분을 비스포크 제품이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CE(소비자 가전) 부문은 비스포크의 인기에 힘입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5조8300억원, 3조6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 15.9%, 영업이익 225.9% 늘었다. 업계는 지난해 TV 사업이 부진했던 걸 고려할 때 CE 부문 매출의 상당 부분을 비스포크가 견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비스포크 콘셉트가 적용된 제품을 지난해 17종에서 올해 24종으로 늘리고, 프리미엄 라인업 ‘인피니트’를 추가했다. 인피니트는 제품에 대한 신뢰와 경험, 생태계를 무한하게 늘리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사장은 “비스포크 인피니트는 기존 프리미엄 주방 가전인 셰프컬렉션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라며 “주방을 넘어 거실 등 다양한 제품으로 생태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했다. 삼성 비스포크 인피니트는 경쟁사인 LG전자의 오브제 컬렉션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사용자들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공간·시간·경험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소비자 불편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비스포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 업그레이드 해 현재는 물론 미래가치까지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 비스포크 홈 체험공간을 공개했다. 비스포크 홈 체험공간은 라이프스타일 쇼룸 형식으로 마련됐다. 거실과 주방, 세탁실과 안방 등으로 꾸며 비스포크 제품이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되는 사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비스포크 인피니트 제품은 알루미늄·세라믹·스테인리스 등 천연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출시한 와인 냉장고와 스마트 후드는 고급스러운 마감과 똑똑한 기능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와인 냉장고는 한 번에 101병까지 보관 가능한 넓은 공간을 갖춘 동시에 와인 종류에 따라 위아래를 별도 온도로 설정할 수 있다.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의 보관 온도를 달리하고, 중간에는 와인과 함께 먹는 치즈나 햄, 견과류를 따로 보관하는 식이다. 스마트 후드는 3개의 에어 센서를 탑재해 강력한 탈취 성능을 자랑한다. 또 평소에는 24시간 공기질을 파악해 최적의 풍량으로 주방 내 나쁜 공기를 제거한다.
삼성전자는 개별 비스포크 제품에 대한 성능 개선과 더불어 인공지능(AI) 네트워크를 통한 비스포크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생활가전을 한 번에 묶어 사는 소비 패턴을 고려한 조치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집 안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6개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쿠킹(요리), 에어 케어(공기 질), 펫 케어(반려동물), 클로딩 케어(의류 관리), 에너지, 홈 케어가 대표적이다. 이 사장은 “소비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6대 서비스를 통합한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 서비스를 내놨다”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냉장고 등 다양한 기기에서 모든 제품을 제어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