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내 노동조합 4곳 공동교섭단은 1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제도 개선, 휴식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윤진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대표이사가 노조와의 교섭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한다."

삼성전자 사내 노동조합 4곳(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전국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은 1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노조가 공개적으로 불공정 임금제도 개선과 최소한의 휴식 보장 문제를 해결하자"라고 했다.

김항열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9월부터 사측과 임금교섭을 합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측은 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라며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게 됐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단순히 수천만원의 연봉을 인상할 것을 주장하지 않았다"라며 "임금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게 우리의 주장이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사측은 직원이 최소한의 휴식을 취하며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라며 "삼성전자는 복지가 좋은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많은 기업들이 누리고 있는 '여름휴가'가 하루도 없다"라고 했다.

노조는 애초 전 직원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으나, 최근 이 요구안을 수정했다고도 전했다. 노조 측은 "최초 임금 요구안은 사측의 거부로 계약 연봉 1000만원 인상,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 등으로 수정됐다"라며 "영업이익의 25%를 기준, 개인당 8000만원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표이사와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 /뉴스1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목표달성장려금(TAI) 등 불투명한 성과급 기준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 정확한 기준에 따라 지급할 것도 사측에 요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려금을 사측이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반도체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했다"라며 "사측은 지난해 최고 성과를 올렸지만, 돈이 없다며 격려금을 지급하지 못한다고 고수하다가, 특별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노조와의 신뢰를 깨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했다.

노조는 당장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할 계획은 아니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아무도 파업을 원하지 않으며, 이 부회장을 포함한 대표이사와 언제든 만날 생각이 있다"라며 "다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장담하는 데 계열사 노조와 연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에 나서겠다"라고 했다.

업계에서도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가능성을 대단히 낮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4개 노조 조합원의 총수가 극히 일부부인 데다, 사무직, 영업직, 서비스직 등으로 구성돼 회사의 핵심 제조 인력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창립 50년이 넘은 삼성전자의 '첫 파업'이 될 수 있다는 상징성이 있어 교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노조가 동원할 여지는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