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해 4분기에만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 등 설비투자에 1조원가량의 비용을 쏟으며 전년 수준의 설비투자를 유지했다. 앞서 국내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이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기지국 구축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28㎓(기가헤르츠) 기지국은 4분기 거의 늘지 않았다. 통신사들이 정부가 품질 평가를 진행하는 3.5㎓ 기지국 구축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 업체들의 설비 투자액 합계는 총 약 8조2000억원 규모로, 전년(8조27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동통신 3사는 약속이나 한 듯 지난해 4분기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SK텔레콤과 KT는 4분기에만 앞서 3분기까지 3개 분기 합산 설비투자액 규모를 쏟아부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SK텔레콤과 KT의 설비투자액은 1조5000억원 규모였는데, 4분기까지 합친 설비투자액은 3조원 안팎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 역시 3분기까지 1조5000억원가량의 설비투자를 유지했다가 절반 이상인 8817억원을 4분기에 집중투자하며 연간 기준 2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 확대 요청을 통신 3사 CEO가 받아들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임 장관은 통신사 CEO들에게 여러 차례 5G 설비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같은 해 연말 정부 역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종합결과를 발표하며 통신사들이 5G 설비 투자를 전년 수준으로 투자하기로 합의된 상태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통신사들의 4분기 대규모 투자에도 28㎓ 기지국 구축 현황은 저조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말까지 준공완료된 28㎓ 대역 기지국은 통신 3사를 합쳐 138국에 불과하다. 과기정통부가 통신 3사에 지난해 말까지 28㎓ 기지국 4만5000국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으니 설치이행률은 0.3%에 그친다.
반면 3.5㎓ 기지국 구축은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5G 이동통신 커버리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3.5㎓ 대역 무선국은 총 19만8832국, 무선국 장치는 총 40만914개가 구축됐다.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연도별 의무 구축 수(4만5000국)를 훌쩍 뛰어넘는다. 김희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3.5㎓ 대역의 커버리지 구축은 대부분 마무리했다"라고 평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실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정부가 진행하는 통신 서비스 품질 평가를 의식해 3.5㎓에만 집중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평가 순위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속해서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0년 상반기에 5G에 대한 품질 평가를 최초로 시행한 데 이어 연 2회 품질 평가를 진행 중이다. 통신사들의 경쟁적 투자를 촉진해 커버리지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통신사들 역시 '속도'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치열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5G 품질평가는 28㎓를 제외한 3.5㎓를 기준으로 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 품질 평가에서 28㎓를 넣을 계획은 아직 없다"라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서는 28㎓ 기지국 구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고주파일수록 직진성이 강해 빌딩 등 방해물이 있으면 전파가 끊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설치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투자 비용이 대폭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