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이 네덜란드 앱스토어에 유통되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에 인앱결제 외 새로운 결제방식인 제3자 결제를 허용하고, 여기에 인앱결제(30%)보다 3%포인트 낮은 27%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한국에서 30% 수수료의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행위를 막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에 맞춰, 애플이 제3자 결제 도입을 준비 중에 나온 발표다.

7일 정보기술(IT)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4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소비자시장국(ACM)의 명령에 따라 이런 결정을 했다고 앱 개발사들에 공지했다. 인앱결제에 포함된 애플의 ‘결제 처리 및 관련 활동’ 서비스의 대가를 제외해, 인앱결제(30%)보다 수수료를 3%포인트 낮춘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외신 더버지는 앱 개발사가 제3자 결제를 이용하기 위해 매달 애플에 매출을 보고해야 하는 등의 노력에 비해 3% 수수료 절감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발표를 두고 iOS(아이폰 운영체제) 개발자 스티브 트러턴스미스(Steve Troughton-Smith)sms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애플 임원진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한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구글이 한국 구글플레이에 제3자 결제를 도입했을 때 국내 업계와 정치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구글은 제3자 결제에 인앱결제(10~30%)보다 4%포인트 낮은 6~26% 수수료율을 매겼다. 2~3%의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도 따로 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제3자 결제를 쓸 이유가 없고 사실상 여전히 인앱결제 사용을 강제당한다고 업계는 반발했다.

국내외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앱스토어 역시 비슷한 수수료율이 적용될 것이란 업계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제3자 결제 수수료를 낮출수록 인앱결제 수수료 수익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는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의 매출이 전년(2020년)보다 17.7% 성장한 851억달러(약 102조원)였을 걸로 추산했다. 15~30%인 128억~255억달러(약 15조~31조원) 정도를 수수료로 벌어들인 셈이다.

애플이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단위에서 제3자 결제를 허용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 경우 매출에 끼치는 영향이 더 커지는 만큼 수수료 인하에 더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구글과 비교해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단일화한 앱마켓 정책을 펼쳐왔다. 지난해 9월 일부 콘텐츠 구독 앱에 외부결제 페이지 링크를 넣는 걸 허용하라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령에 애플이 글로벌 앱스토어 정책을 바꾸겠다고 한 게 하나의 사례다. 게다가 지난 3일(현지시각)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인 ‘오픈앱마켓’ 법안도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해 마지막 절차인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구체적인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규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 달 15일 시행한다. 국내 인터넷 기업과 단체들은 애플·구글이 제3자 결제 수수료율을 자의적으로 높여 법을 우회하려는 행위를 시행령을 통해 막아달라고 최근 방통위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업이 수수료율을 얼마로 책정하는지까지 방통위가 개입할 권한이 없어, 애플·구글이 정한 수수료율이 실제로 차별적 행위에 해당하는지 사후적으로 실태조사하고 제재하는 방식이 될 거라고 앞서 방통위 관계자가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되면 다음 달 시행령이 나와도 애플·구글의 법 우회 행위를 바로 규제하는 건 어렵게 된다.

일부 법무법인에선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 행위’를 금지하는 현행법이 ‘특정한 결제시스템 강제 행위’를 금지하도록 명확하게 표현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결제방식은 카드·휴대폰·현금 등 돈을 지불하는 방법인 결제수단과, 이런 결제수단을 활용해 이용자가 앱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인 결제시스템 모두로 해석될 수 있다. 제3자 결제는 애플·구글이 다른 결제수단을 허용한 것일 뿐 여전히 인앱결제시스템의 한 종류라서 수수료 갑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3자 결제의 수수료율이 높다는 것보다 현재 나온 시행령 초안이 자체가 잘못 만들어졌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본다”라며 “제3자 결제도 기존 인앱결제처럼 앱 안에서의 결제방식이며,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말라는 법의 취지가 무색하게 시행령에서 허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인앱결제(In-app payment)

앱을 유통하는 앱마켓(앱스토어, 구글플레이 등) 사업자(애플, 구글 등)가 마련한 결제시스템. 이용자 입장에선 외부의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고 앱 안에서 결제가 이뤄져 인앱결제라고 불린다. 앱 개발사는 이용자가 콘텐츠, 게임 아이템 등 디지털 유료재화를 구매하기 위해 인앱결제로 결제한 금액의 최고 30%를 앱마켓 사업자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유통되는 iOS 앱에 오직 인앱결제만 허용 중이고, 구글도 구글플레이에 유통되는 안드로이드 앱에 이런 정책을 도입하려 했다.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막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되면서 두 회사의 결제정책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참고 기사: 구글 이어 애플도 인앱결제법 따르기로…제3자 결제 허용]

[참고 기사: “구글 인앱결제법 꼼수 막으려면 ‘결제방식’부터 명확히 정의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