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여의도 스토어 매장 내부 전경. /애플코리아

미국 애플이 한국에서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매출원가를 높이고 이익을 줄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애플의 한국지사인 애플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이 1.6%를 기록한 데 이어 매출 대비 법인세 납부 비율이 0.9%에 그치면서다. 애플의 세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29.8%, 법인세 납부 비율은 4.0%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은 지난해 미국 증권 거래소에 제출된 애플 보고서와 애플코리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애플코리아가 지난해 국내에 납부한 법인세는 628억9000만원으로, 매출(7조971억9700만원) 대비 비중은 0.9%다. 반면 애플의 지난해 총 매출은 3658억1700만 달러(약 442조2727억원) 중 4%인 145억2700만 달러(약 17조5631억원)다. 매출 대비 한국에서 법인세 납부 비율은 전체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애플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에서도 세계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애플코리아의 매출이 24.2% 늘어난 것과 달리, 영업이익이 전년(1285억원)보다 낮아진 1115억원을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1.57%로, 세계 평균(29.8%)과 비교하면 18분의 1 수준이다.

실제 다른 지역들과 비교하면 한국에서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일본에서 44.9%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중화권(41.7%), 유럽(36.4%), 미주(34.8%) 등의 순이었다. 기타 아시아·태평양은 37.2%로 나타났다. 양정숙 의원실은 애플의 영업이익률이 한국에 비해 21.7배에서 28배까지 높다고 지적했다.

애플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낮은 것은 한국이 주요 제품을 싱가포르 법인인 ‘애플 사우스 아시아’를 통해 수입하면서 매출 대부분을 수입대금으로 지불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매출 중 95%인 6조7233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정숙 의원은 “한국에서 영업이익률을 낮춰 세금을 회피하는 방법은 글로벌 기업들의 단골 메뉴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근거로 지난해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매출 4150억원을 올리고도 77%를 본사에 이전해 영업이익률을 2.1%로 크게 낮춘 뒤 세금은 21억원만 납부한 사실을 들었다. 넷플릭스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세계 평균(18.3%)과 비교해 9분의 1수준이다.

양 의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내 매출이 많이 늘어나는 만큼 투자와 고용, 사회적 기여를 더 늘려야 할 마당에 오히려 영업이익을 줄여 세금을 회피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라며 “한국 시장과 유사한 환경에 있는 중국, 일본, 기타 아·태와 비슷한 수준으로 영업이익률을 조정해 정상적인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