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고한 28㎓ 5G 기지국 구축에 노키아·에릭슨·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삼성전자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들과의 지하철 공동망 구축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다만 추가 기지국에서의 화웨이 장비 적용 가능성은 열어뒀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현재 구축 중인 28㎓ 대역 기지국에 화웨이 장비를 활용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LG유플러스가 정부에 구축 및 준공 신고한 28㎓ 기지국은 344대다. 준공 신고는 허가받은 장소에 무선국을 구축, 전파를 보내 서비스 중인 상태를 의미한다. 준공 신고 후 검사를 마치면 준공 완료 상태가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까지 신고한 대로 준공이 이뤄져야 구축 신고 대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라며 "기지국 구축에 활용되는 장비 등을 변경하려면 재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국산 업체 외 다른 국가의 장비를 활용해 28㎓ 기지국을 구축하겠다고 신고한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5G 주파수 대역은 크게 3.5㎓와 28㎓로 나뉜다. 저주파수 대역인 3.5㎓는 고주파수보다 데이터 전송량이 적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길고 전송속도도 빠르다. 반면 고주파 대역인 28㎓는 도달거리가 짧지만, 대역폭이 넓어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강점이 있다.
화웨이와 삼성전자는 각각 3.5㎓, 28㎓ 대역에 집중해왔다. 이에 따라 3.5㎓에서는 화웨이가 기술력에서 앞선 것은 물론, 가격도 30% 이상 경쟁사들과 비교해 저렴하게 제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내 통신 3사가 공동으로 진행 중인 28㎓ 5G 기반 지하철 와이파이 역시 LG유플러스의 화웨이 배제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통신사 1곳이 지하철 내 기지국 1대를 구축하면 총 3대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예컨대 A 기업이 1대를 구축하면 B, C 기업도 1대를 구축한 것으로 쳐주는 것이다. 이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활용해 기지국을 구축할 경우 SK텔레콤, KT 등도 화웨이 장비로 기지국을 구축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미다.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와 노키아, 에릭슨의 장비로만 3.5㎓ 대역 5G 기지국을 구축했다. 기지국 막판까지 이들도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화웨이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해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은 화웨이가 5G 장비에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를 심어 정보를 탈취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LG유플러스 측은 "미국의 제재 장기화로 화웨이에서 제조한 장비에 탑재되는 미국산 부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하면 화웨이는 동일한 품질의 대체 부품을 탑재해 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또 "현재로서 화웨이 장비가 앞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