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해 새 땅을 개척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와 카카오의 창업 정신을 모두 지키는 길이 될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를 통해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고 국민께 사랑받으며 성장하는 카카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남궁훈 신임 카카오 대표 내정자
오는 3월 남궁훈 대표 체제로 바뀌는 카카오(035720)가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 사업 진출에 집중한다. 골목상권 침투 논란을 종식하고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앞으로 가장 먼저 발굴해야 할 새 먹거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메타버스 역량을 가진 계열사 카카오게임즈가 카카오 그룹(공동체)의 전방에 서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그룹의 신사업 발굴을 전담하는 김범수 의장 직속 조직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가 그룹 차원의 메타버스 진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전략이 구체화하면, 메타버스 서비스의 개발과 운영 역량을 갖춘 카카오게임즈가 본사와 긴밀히 협력하는 방식으로 이를 추진할 거란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와 제일 맞닿아있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게임 조직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는 메타버스와 기존 게임, 특히 다수의 이용자가 디지털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는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역할 수행 게임(MMORPG)’ 서비스가 가진 유사성 때문이다. 국내에서 컴투스·넷마블·넥슨 등 게임사가 메타버스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해외에선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디아블로’ 시리즈 등을 개발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미국 IT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687억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디지털 공간에서 이용자의 분신 역할을 하는 캐릭터와 주변 환경 같은 그래픽 리소스를 개발하는 능력, 수만에서 수십만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도록 그래픽을 최적화하고 서버를 관리하는 능력, 이용자가 즐길거리를 끊임없이 기획하고 개발하는 능력 등을 총동원해야 하는 서비스다”라며 “텍스트나 이미지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 IT 기업보단 게임사들이 우위를 가진 역량이다”라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국내외 서비스 중인 MMORPG ‘아키에이지’의 개발사 ‘엑스엘게임즈’, 모바일 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개발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등을 인수하고 ‘패스 오브 엑자일(POE)’ ‘엘리온’ ‘배틀그라운드(PUBG)’ 등 국내외 다른 게임사의 인기작을 서비스하며 게임 개발과 운영 능력을 키워왔다.
카카오게임즈는 또 캐주얼 게임 개발사 넵튠을 인수하고 이를 통해 메타버스 기술 수급을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 넵튠은 버추얼휴먼(가상인간) ‘수아’를 개발한 ‘온마인드’, 가상현실(VR) 메타버스 개발사 ‘맘모식스’, 모바일 메타버스 플랫폼과 버추얼휴먼 제작 기술을 가진 ‘퍼피레드’ 등에 지분 투자했다. 카카오프렌즈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캐주얼 게임을 만드는 프렌즈게임즈는 메타버스에 특화한 NFT거래소를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 그룹이 아닌 카카오게임즈 차원에서 이미 남궁 내정자가 대표로 있던 지난해 11월 메타버스를 포함한 ‘게임 너머(Beyond game)’로의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안재민 NH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일 “카카오게임즈는 메타버스 등 성장 사업으로 적극적인 전환을 꾀하고 있으며 신규 사업이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게임즈를 중심에 놓은 카카오의 메타버스 전략은 최근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우선 남궁 내정자는 한게임 창립 멤버로, 위메이드 대표를 거쳐 지난달까지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지난 3일 선임된 미래이니셔티브센터의 신임 부사장 4명 중 3명도 카카오게임즈 출신이다. 김기홍 센터재무지원실 부사장은 카카오게임즈 최고재무책임자(CFO), 조한상 센터전략지원실 부사장은 넵튠 최고운영책임자(COO), 권미진 브이2 태스크포스(TF) 부사장은 카카오 게임 부문 국내사업부장 출신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그라운드X 등 다른 계열사도 저마다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데 카카오 메타버스가 실체를 드러낸 후 본격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는 넷마블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 투자, 버추얼 아이돌 사업을 시작으로 웹툰·웹소설 IP의 메타버스화(化)에 협력할 계획이다. 그라운드X는 디지털 자산화를 위한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발행과 거래 중개 서비스를 담당한다.
다만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메타버스 사업이 구체화하지 않았고 본사와 계열사들의 사업은 별개로 추진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