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공화국’인 한국에선 최근 소셜미디어(SNS)와 스마트스토어 발달로 인해 1인 셀러까지 가세해 다양한 개인이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1인 셀러를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나다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가 아마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수 빅테크나 대기업의 영역이었던 빅데이터 분야에 미용실이나 노점상, 요식업 등 자영업자와 소규모 비즈니스도 뛰어들고 있다. 개인의 숙련도와 ‘감’에 의존했던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자영업자 등 소규모 사업체가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장을 담았다. [편집자주]
지난해 8월 서울의 헤어뷰티숍 ‘꼼나나’ 한남점, 헤어 컨설테이션을 희망한 고객의 얼굴을 여러 각도로 직원들은 촬영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고객의 이목구비, 목 비율, 두상 모양 등을 분석해 최적의 헤어스타일을 추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꼼나나는 퓨처뷰티가 운영하는 미용실이다. 퓨처뷰티는 IT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에서 2019년 분사한 공유 미용실 스타트업 ‘퓨처살롱’이 유명 헤어뷰티숍 브랜드인 ‘꼼나나뷰티’를 흡수합병해 2021년 문패를 바꿔 단 뷰티테크 스타트업이다. 헤어숍(미용실) 프랜차이즈 ‘이철헤어커커’의 이철 최고경영자(CEO)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꼼나나뷰티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딸이자 인기 인플루언서인 유튜버 함연지씨, 가수 아이비 등 유명인이 단골인 것으로 유명한 꼼나나를 기반으로 화장품, 웨딩 등 뷰티 사업을 해왔다. 2021년 헤어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32% 성장했다.
영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매장이 대부분이어서 헤어디자이너 개인의 기억력과 감(感), 때로는 수기(手記)에 의존하는 미용업에서는 보기 드문 기술 기업이다. 미용업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최종 목표는 AI 미용보조사를 통해 모든 고객에게 완벽한 개인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11만여 개(2020년 말 기준)에 달하는 미용실 중 프랜차이즈 매장은 4%가 채 되지 않는다. 약 5조원에 달하는 전국 미용실 매출액 중에서도 프랜차이즈 미용실은 20%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영세 사업장이다. 미용실 대부분이 수기로 고객 데이터를 정리하거나 디자이너 개인의 기억력과 감에 의존해 고객의 머리를 손질하는 게 현실인 배경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최근 박제희 ‘퓨처뷰티’ 대표를 만나 미용업에서 데이터 기반 AI 미용보조사를 도입하게 된 계기와 포부 등을 들어봤다.
박 대표는 헤어디자이너로 시작해 미용인 양성 교육기관인 커커아카데미 원장 등을 거친 업계 전문가다.
미용 업계 디지털화는 얼마나 진행됐나.
”미용업은 1인 영세 자영업자 중심으로 형성된 업종이다. 디지털화가 거의 안 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연예인들이 방문하는 미용실일지라도, 대부분 모든 고객과 업장 관련 데이터를 수기로 기록하고 보관한다. 제대로 된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하나 없다. 재고 관리도 모두 손으로 ‘오늘은 염색약을 2개 썼으니 3개 남았다’고 기록한다.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재고를 관리하기 때문에 고객을 상대하던 중 갑자기 염색약이 떨어지면 옆집 앞집 뛰어다니며 염색약을 빌리러 다닌다. 주변 아무 미용실이나 전화하면 다 서로 염색약을 대가 없이 빌려준다. 그만큼 디지털화가 안 됐기 때문에 다들 서로 그렇게 해준다.”
왜 그렇게 디지털 전환이 더뎠나.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 중심이라 자본이나 시간을 들여서 자신이 수기로 작성하던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이 어렵다. 또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라 디자이너 개인의 본능과 감, 선배들에게 배운 노하우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이를 체계화하고 표준을 만들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덜 느끼는 것 같다. 일정 부분 예술의 영역이고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내가 머리를 믿고 맡기던 디자이너가 다른 미용실로 옮기면 단골이 멀리까지 머리를 자르러 가지 않나. 그런데 이 말은 반대로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가 있는 1인 디자이너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경험 데이터에만 내 머리를 맡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표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내 머리를 맡던 디자이너가 사라지면, 또 다른 디자이너를 찾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나. 고객의 얼굴과 머릿결, 외형 등은 동일한데, 어느 정도 통용되는 기준만 있다면 고객의 불편을 많이 덜어줄 수 있을 텐데 그게 어렵다.”
주로 어떤 데이터를 수집했나.
”디자이너 개인의 머릿속에만 남아 있는 경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다양한 분류 기준을 통해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이목구비 유형과 비율에 따라 앞머리를 내리면 단점이 보완될 수도 있다. 개인 헤어디자이너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헤어 컷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류해 다양한 얼굴형에 맞는 이상적인 헤어스타일을 찾아봤다. 5년간 10만 건의 누적 데이터가 기반이 됐다. 고객의 두상 중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얼마나 볼록한지, 관자놀이와 광대, 턱 등은 얼마나 돌출됐는지에 따라 고객에게 어떤 헤어스타일의 만족도가 높았는지도 고려했다. 특히 약 1만 건의 헤어 시술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외모에 맞춰 컨설팅이 가능한 컨설테이션 북도 만들었다.”
AI 알고리즘이 주목하는 데이터는.
”고객의 사진을 찍으면 현재 전문가들이 헤어라인과 후두골, 두상 밸란스, 눈 옆, 관자놀이, 광대, 턱이 나와 있는 형태에 따른 얼굴형의 종류, 중하안부의 길이, 미간과 눈 옆(눈과 귀 사이 간극)의 비율, 목 길이, 승모근, 어깨너비 등을 파악해 어떠한 형태의 얼굴인지를 분석해준다. 그리고 퓨처뷰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슷한 얼굴을 가진 고객에겐 어떤 헤어스타일이 가장 어울렸는지, 옵션을 제시한다. 업계 전문가가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AI 알고리즘이 헤어 컷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모든 고객에게 1 대 1로 개인화한 서비스를 제공해 디지털 환경이 낙후한 미용 업계를 혁신하고자 한다. 미용을 오로지 감성 영역으로만 보고 두상과 얼굴을 수치화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 기반의 시스템을 통해 미용 업계가 첨단화한다면 더 많은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월 중 론칭하는 헤어컨설팅 전문 미용실 나나로그는 꼼나나의 전문가 노하우를 바탕으로 AI 알고리즘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하여 개인 맞춤형 컨설팅과 헤어 스타일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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