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200′을 발표했다. 엑시노스 2200은 기존에 비해 인공지능(AI) 연산 능력이 두 배 이상 빨라졌고, AMD와의 협업으로 콘솔 게임기에 버금갈 정도로 그래픽 표현 능력이 좋아진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엑시노스 2200는 여러 기능을 담은 반도체를 한 데 모은 통합칩(SOC) 형태로 만들어 진다. 새 칩의 핵심은 AMD와 함께 개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엑스클립스’의 채용으로, 모바일 AP로는 최초로 광선 추적(레이 트레이싱) 기능을 추가해 사물에 닿아 반사되는 빛까지 실감나게 표현한다. 또 화면을 표시할 때 밝고 어두운 부분을 구분해 GPU 성능을 조절하는 가변 레이트 쉐이딩 기술을 넣어 고성능·고화질 영상에 최적화된 이미지를 합성한다. 고화질 영상을 표현하다보니 소모하는 전기가 많아질 수 있어 이를 관리하는 아미고(AMIGO) 전력 관리 솔루션을 탑재했다.

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바일 AP 엑시노스 2200. /삼성전자 제공

엑시노스 2200에는 대량의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의 신경망처리장치(NPU)도 들어가 있다.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의 최신 설계(ARMv9)가 도입돼 NPU의 AI 연산 속도는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빨려졌고, 기기 자체적으로 AI 연산을 하는 ‘온디바이스 AI’ 기능이 강화됐다.

엑시노스의 중앙처리장치(CPU) 구성은 ARM 고성능 코어텍스-X2 1개, 코어텍스-A710 3개, 저전력 코어텍스-A510 4개가 맞물리는 ‘트라이 클러스터’ 구조다. 칩이 8개 들어갔다고 해 옥타(8개)코어로 불린다. 기존 엑시노스 2100과 비교해 CPU 성능이 5% 개선됐다. 또 글로벌 5G(5세대 이동통신) 최신 표준 규격인 3GPP 릴리즈 15 모뎀을 적용했다. 저주파대역(서브-6)와 초고주파대역(㎜Wave·밀리미터파)까지 주요 5G 주파수를 모두 지원한다.

최대 2억 화소의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이미지 신호 프로세서(ISP)도 채택됐다. 최대 7개의 이미지센서를 지원하고, 4개의 이미지센서를 동시에 입력하는 영상과 사진을 처리할 수 있다. NPU와 연계해 배경에 포함된 다양한 사물, 환경, 인물 등을 인식해 전문가 수준의 사진촬영을 돕는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엑시노스 2200′은 최첨단 4㎚ 극자외선(EUV) 공정, 최신 모바일 기술, 차세대 GPU, NPU가 적용돼 게임, 영상처리, AI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차원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라며 “삼성전자는 모바일AP 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전략 제품을 지속 출시하며 시스템 반도체 전반에 걸쳐 혁신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 갤럭시S22 탑재…퀄컴 최신 AP 스냅드래곤8 1세대와 맞붙어

엑시노스 2200은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 탑재가 유력하다. 시장별 적용 AP를 달리했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략을 고려하면 퀄컴은 인지도가 높은 미국과 중국, 인도 시장용 갤럭시 S22에, 엑시노스 2200은 유럽과 한국, 남미 시장용 갤럭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업계는 수율과 성능 문제로 유럽용 갤럭시에 엑시노스가 아닌 스냅드래곤이 장착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퀄컴은 지난해 12월 초 스냅드래곤8 1세대를 공개했다. 기존 스냅드래곤888에 비해 CPU 성능은 20%, GPU 성능은 30% 개선됐다. 삼성전자 갤럭시S22 외에도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3대 스마트폰 제조사에 AP를 공급하기로 했다.

퀄컴 모바일 AP 스냅드래곤8 1세대. /퀄컴 유튜브

퀄컴은 스냅드래곤8 1세대의 특장점으로 카메라 성능이 전문가급으로 향상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모바일용으로 만들어진 18비트 ISP를 최초 지원한다. 1초에 1200만화소 사진 240장을 찍으면서 기존과 비교해 4000배 많은 카메라 정보를 처리한다. CPU 구성은 엑시노스 2200과 동일하고, GPU는 퀄컴이 자체 개발한 것을 쓴다.

◇ 모바일 AP 4나노 경쟁도 시작…삼성·퀄컴 vs 미디어텍·애플

삼성 엑시노스2200과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모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4㎚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이들과 프리미엄 AP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만 미디어텍의 디멘시티9000은 대만 TSMC 4㎚ 공정으로 생산된다. 애플 역시 TSMC 4나노 공정에 올 하반기 출시할 AP A16 바이오닉(가칭)을 맡긴다. 파운드리 4㎚ 경쟁에서 삼성・퀄컴 진영과 미디어텍・애플 진영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미디어텍은 2020년 3분기 처음으로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퀄컴을 누르고 1위에 올랐으며 지난해 3분기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미디어텍(대만) 40%, 퀄컴(미국) 27%, 애플(미국) 15%, 유니SOC(중국) 10%, 삼성 5%로 나타났다.

미디어텍 모바일AP 디멘시티9000. /미디어텍 제공

미디어텍이 중저가 AP와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4㎚ 공정과 같은 5G 플래그십 AP에서는 퀄컴이 시장의 절반 이상이다. 여기에 스냅드래곤8 1세대는 엑시노스 2200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 하나인 갤럭시 S시리즈에 탑재될 예정이다. 따라서 업계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TSMC와의 모바일 AP 4㎚ 수주 경쟁에서 삼성이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TSMC는 10㎚ 미세공정 경쟁에서 4대 6의 비율을 보이는데, 모바일 AP 성패에 따라 이 구도가 조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