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강화를 위해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던 사내독립기업(CIC) ‘카카오커머스CIC’(커머스CIC)를 최근 해체하고 이 조직의 역할과 인력을 본사로 편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년간 자회사나 CIC로 운영됐던 ‘카카오커머스’란 독립 조직이 이번 조직개편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앞으로 이커머스 사업은 카카오커머스를 흡수한 본사가 직접 맡는다.
1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0일 커머스CIC를 본사의 ‘커머스사업부’로 전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커머스CIC 소속 인력의 업무 분장도 본사 차원에서 조만간 새로 이뤄질 예정이다.
카카오커머스는 2018년 12월 이머커스 전문 자회사로 독립했다가 지난해 9월 본사에 재합병됐다. 카카오 특유의 계열사 경영방식에 따라 재합병 후에도 독립성을 가진 커머스CIC로 운영됐다. 커머스CIC 대표도 홍은택 당시 카카오커머스 대표가 그대로 맡았다. 하지만 재합병 4개월 후인 이달 1일 홍 대표가 물러나면서 커머스CIC는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의 직접 지휘를 받게 됐다. 유명무실한 독립 조직이 된 커머스CIC는 대표 교체 열흘 만에 해체 절차을 밟았다.
이로써 재합병으로 시작된 카카오의 이커머스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앞으로 카카오톡 메신저와 이커머스 두 서비스의 시너지를 키우는 데 집중한다. 별도 자회사인 카카오스타일의 ‘지그재그’를 제외하면, 카카오커머스가 서비스한 이커머스 플랫폼 ‘쇼핑하기’ ‘선물하기’ 등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이 아니라 카카오톡 앱 안의 메뉴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두 서비스 간 시너지는 필수적이다. 계열사들의 독립성을 보장해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게 카카오의 경영방식이지만, 뱅크·페이·모빌리티·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계열사 사업과 달리 이커머스는 본사가 카카오톡 운영의 연장선에서 함께 맡는 게 시너지 측면에서 효율적일 거란 판단을 최근 내부적으로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CIC 체제에선 법적, 사업적으로 시너지를 내는 데 제약이 있어서 완전히 합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라며 “‘쇼핑하기’ 입점업체가 카카오톡 메신저로 광고를 하는 등의 시너지부터 생각해볼 수 있고, 더 세부적인 계획은 아직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공개된 계획의 하나는 ‘카카오톡 채널(톡채널)’의 개편이다. 톡채널은 브랜드 사업자가 카카오톡 이용자에게 메신저로 상품·서비스를 광고하고 고객 상담을 할 수 있는 ‘모바일 비즈니스’ 서비스다. 여기에 쇼핑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넣은 이커머스 플랫폼 ‘톡채널2.0′으로 개편한다. 특히 톡채널 입점업체엔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제로(0) 수수료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이미 톡채널이 포함된 카카오톡 차원에서 광고라는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계획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나이키가 시범적으로 톡채널 안에서 접속 가능한 쇼핑 페이지를 마련해 이용자가 쇼핑에 필요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데, 카카오는 이런 쇼핑 페이지를 모든 입점업체에 제공하려 한다. 최근 인수한 라이브커머스(라방) 플랫폼 그립을 통해 쇼핑 페이지에 라방 기능을 넣는 것도 검토 중이다.
카카오의 이커머스 전략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네이버와의 격차 좁히기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 카카오커머스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 성장했지만 네이버와 비교하면 규모가 크게 밀리고 있다. 네이버는 주력 사업인 검색 포털과 스마트스토어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20년 연간 거래액은 네이버 28조원, 카카오 5조원대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