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제페토에 이어 국내 경쟁사도 토종 메타버스(가상세계) 출시를 예고하면서 플랫폼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프리카TV가 연초 가장 먼저 메타버스 출시를 앞뒀고 컴투스가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자체 메타버스를 개발 중이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선 롯데정보통신, SK텔레콤(SKT), 한글과컴퓨터(한컴)가 저마다 메타버스 청사진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IT 서비스를 소비할 플랫폼이 웹, 모바일을 넘어 메타버스로 전환될 것”이라며 “관련 콘텐츠나 기술력을 가진 IT기업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전망 속에서 제페토의 가파른 성장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하나금융투자는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의 기업가치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5개월 전인 지난해 7월(1645억원)의 7배 수준이다.
11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TV는 올해 초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프리블록스’를 출시한다. 현재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이뤄지는 BJ(개인방송 진행자)와 시청자 간 소통 공간을 메타버스로 확장한다. 프리블록스에선 BJ와 팬이 만나 대화·게임·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할 수 있고, 대체불가능한토큰(NFT)으로 발행한 아이템을 사고파는 경제활동도 할 수 있다. 아이템 중 이용자의 분신 역할을 하는 아바타의 경우, 최근 일부 인기 BJ를 본뜬 ‘희귀 아바타’가 최고 2.5이더리움(약 970만원·거래 당시 시세로 1370만원)에 팔렸다.
유진투자증권은 월 600만 이용자 대다수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라는 점, 매출이 매년 20% 성장 중인 ‘별풍선(후원용 유료재화) 후원’이란 팬덤 비즈니스가 자리 잡은 점을 아프리카TV의 강점으로 평가했다. 아프리카TV는 메타버스의 주이용층인 MZ세대(제페토의 경우 이용자의 80%가 10대)를 거느린 만큼 프리블록스 이용자 수를 빠르게 늘리기가 유리하고 이들에게 익숙한 NFT 아이템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도 쉬울 것으로 유진투자증권은 분석했다.
컴투스는 메타버스 ‘컴투버스’에 올해 하반기 약 2500명 규모의 임직원 전체를 입주시켜 가상오피스로 먼저 서비스한다. 출퇴근·일정 관리·회의 등을 지원하고 이용자의 업무 활동에 따른 보상으로 컴투버스 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토큰을 발행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다른 기업의 입주를 받아 이용자를 확보하고, 가상오피스를 넘어 업무·문화·경제 활동이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메타버스로 확장한다.
롯데정보통신은 가상현실(VR)기기 기반의 실감형 메타버스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해 7월 인수한 메타버스 전문기업 칼리버스를 통해 고성능 그래픽과 상호작용 구현 기술을 개발하고 연내 VR기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기로 했다.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점 등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우선 상용화한다.
이미 메타버스 플랫폼을 내놓은 SKT와 한컴은 이번 CES에 참석해 중장기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SKT는 지난해 출시한 ‘이프랜드’에 이어 ‘아이버스’라는 새로운 메타버스를 개발한다. 연내 출시할 AI비서 서비스 ‘AI에이전트’와 메타버스를 결합, 비서 역할을 하는 각자의 아바타가 가상세계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교류하는 방식이다.
한컴은 메타버스를 이루는 아바타 시장이 특히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기업 인수를 통해 아바타 개발·운영 역량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별개로 한컴오피스와 연동해 업무 협업이 가능한 VR기기 기반 실감형 메타버스 ‘XR판도라’도 자체 개발 중이다.
☞ NFT
대체불가능한토큰(Non-Fungible Token).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을 고유한 토큰으로 만든 것. 이름처럼 단 하나만 존재해 디지털 작품 등에 적용하면 희소성을 구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