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출시를 공식화하면서 해당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LG전자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예고된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서 모두 OLED 패널을 공급받을 것을 검토 중으로, 앞으로 OLED 초고화질 경쟁도 상당히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퀀텀닷(QD)디스플레이 TV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가전 전시회 CES 2022에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패널 수급과 수량 문제로 실제 TV 제품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 OLED 패널을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는 CES 프라이빗 부스를 통해 QD-OLED 패널을 거래선과 미디어 등에 소개했는데,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과의 직접 비교를 통해 QD-OLED의 우수성을 홍보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를 QD-디스플레이라고 부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의 색 영역이 국제 방송 표준단체 ITU의 4K/UHD의 규격 BT2020 표준을 90%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76% 수준인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 대비 14%포인트 우수하다고 전했다. 또 최대 밝기는 1500nit(니트·1nit는 촛불 한개의 밝기)로 LG OLED와 비교해 50% 더 밝고, 측면 60도 밝기 또한 LG에 비해 30% 가까이 더 밝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OLED)는 세계 최초로 QD를 내재화한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기존 OLED보다 색 표현력, 시야각, 명암비 등 화질 특성이 뛰어나다”라며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중 색 표현력이 가장 넓고,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상당히 근접한 색 표현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를 55인치, 65인치 크기의 TV용과 34인치 모니터용으로 구분해 공급하기로 했다. 가장 큰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최근 중소형 OLED를 PC 모니터, 태블릿 PC, 노트북 등에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고려한 제품 전략으로 보인다.
이에 대항해 LG디스플레이는 기존 OLED보다 더 높은 화질을 구현하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중(重)수소 기술과 개인화 알고리즘이 중심이 되는 EX테크놀로지로, 더 높은 화질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패널에는 OLED.EX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소는 OLED 패널에서 빛을 내는 소자에 사용되는데, 일반 수소가 아닌 무게가 무거운 중수소를 활용하면 안정적인 구조가 만들어져 패널이 물리적으로 강해지는 동시에 밝기를 높여도 고효율을 낸다. 중수소는 일반 수소보다 2배 무거우며, 약 6000개의 수소 원소 중 1개꼴로 자연계에 극소량 존재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물에서 중수소를 추출해 유기발광 소자에 사용했다. 이 기술을 통해 화면 밝기(휘도)를 기존보다 30% 향상했고, 자연색 재현력을 높였다.
여기에 LG디스플레이가 독자 개발한 머신러닝 기반 개인화 알고리즘은 유기발광 소자를 매우 치밀하게 제어한다. 사용자의 시청 패턴을 학습한 뒤에 3300만개에 이르는 소자의 개별 사용량을 예측해서 에너지 투입량을 정밀하게 제어, 색과 영상을 정교하게 표현한다.
기술적 한계로 여겨졌던 OLED 패널의 베젤 두께도 65인치 기준 기존 6㎜에서 4㎜ 대로 30% 줄였다. 겉보기에 아름다운 디자인과 몰입감 있는 화면을 제공한다는 게 LG디스플레이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는 해당 패널을 올해 2분기부터 파주 공장과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생산해 현재 LG OLED 패널을 사용하는 모든 TV 제조사에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OLED 패널을 삼성전자에 공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OLED TV 출시를 공식화 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는 패널 수량만으로는 제대로 된 제품 전략을 짤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TV OLED 패널 시장의 99%를 차지하는 LG디스플레이와 손을 잡을 것이 유력하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부회장은 CES 현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탑재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있다”라고 전했다.
두 회사의 OLED 패널은 먼저 삼성의 경우 청색(B)소자가 빛을 내고, QD발광층에서 적색(R), 녹색(G)과 만나 흰색부터 검은색까지 다양한 색을 내는 구조다. LG 패널은 흰색(W)소자를 기반으로 RGB 발광층을 지나 색을 표현하는 식이다. 두 패널 기술에는 이런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만, 결국 소비자에게 있어서는 ‘화질’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져 삼성전자 TV 제품군 내에서 경쟁력이 비교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TV 제품 라인업을 최상위에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를 두고, 그 아래 미니LED를 사용한 액정표시장치(LCD) TV인 네오 QLED, 또 그 아래 OLED를 둔다는 전략을 세웠다.
TV OLED 시장은 LG디스플레이가 99%를 장악하고 있으나,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 참여로 LG 독점 구도가 깨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생산량은 월 3만장에 불과하고, 55인치, 65인치, 34인치로 제한적인 반면에 LG디스플레이는 월 9만장에 TV용으로만 42인치부터 97인치까지 다양한 패널을 만들고 있어 두 회사의 직접 경쟁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의 OLED TV 시장 신규 진입은 OLED 생태계 확대와 대중화의 계기로, 세계 TV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이다”라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동맹이 이뤄진다면 3년 이상의 장기 공급이 될 것이며, 양사의 전략적 협력 관계는 대형 LCD에서 OLED로까지 확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