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 ‘태권V’가 현실로…서울대 아바타 로봇 ‘도깨비’ 눈길 / 조선비즈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 베네시안 엑스포 1층.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모인 이 곳에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빨간색 로봇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로봇의 이름은 ‘도깨비’. 서울대 다이로스 연구실이 만든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다.

다이로스 연구실은 박재흥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와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동적 로봇 시스템을 연구하는 곳이다. 휴머노이드 설계, 무인자동차 시스템, 의료 재활 로봇 등을 주로 다룬다. 박 교수는 “사람이 갈 수 없는 재난 현장이나 구조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연구와 자율주행차의 주차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이로스 연구실이 만든 도깨비는 인간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하는 원격 제어 로봇이다. ‘안 보이는 곳에서 인간을 돕는다’는 의미로 도깨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도깨비와 같은 로봇을 가리켜 ‘아바타 로봇’이라고 부른다. 탑승자의 움직임을 모방해 적과 싸우는 로보트 태권V(84 태권브이)와 비슷한 개념이다.

박재흥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가 아바타 로봇 도깨비를 CES 2022에 전시하는 모습. /윤진우 기자

다이로스 연구실은 CES 관람객 대상으로 도깨비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간단한 설명만 들으면 누구든지 도깨비를 사용할 수 있다. 카메라가 연결된 고글과 헤드폰, 센서가 달린 장갑 등을 착용하고 움직이면 도깨비도 따라 움직인다. 장갑에 달린 터치 센서는 도깨비가 만지는 물건의 감촉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 고글과 장갑을 착용해봤다. 실제 도깨비 로봇이 된 느낌이 들었다. 모든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움직였고, 외부 소리와 화면도 생동감있게 다가왔다. 지금 당장 재난 현장에 투입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박 교수는 도깨비의 핵심 기술로 ‘유연한 움직임’을 꼽았다. 전 세계에서 연구 중인 아바타 로봇은 대부분 산업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데, 그만큼 동작이 거칠고 뻣뻣하다. 사람의 일을 돕기 위해 만들어 낸 로봇인데도, 사람의 안전을 위해 접근하지 못하게 가림막 등을 설치한다. 반면 도깨비는 각 동작이 부드럽고, 동작간 연결도 자연스럽다. 박 교수는 “사람과 밀접하게 만나는 로봇들은 안전을 위해 유연한 움직임이 필수다”라며 “도깨비를 포함해 다이로스 연구실이 만드는 모든 로봇들은 유연한 움직임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라고 했다.

도깨비는 현재 일본 최대 항공사 ANA가 후원하는 ANA 아바타 X프라이즈 대회에 참가해 결승 진출권을 획득한 상태다. X프라이즈는 퍼즐 게임, 비즈니스 미팅 등 다양한 시나리오 과제를 통해 아바타 로봇의 시각·촉각·청각 몰입감 등을 겨루는 대회다.

한편, 다이로스 연구실은 도깨비와 함께 착용형 의료 재활 로봇, 심폐소생술(CPR) 로봇, 모션 캡처 시스템 등도 함께 개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박 교수는 “내년 심폐소생술(CPR) 로봇을 시작으로 의료 재활, 아바타(도깨비) 로봇 순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CPR 로봇은 인공지능(AI)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간 확인하는 솔루션으로, 국산화 및 원격 제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