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이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전시회 관계자들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가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CES 2022는 2200여개 업체가 참가했다.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행사 일정을 하루 단축했지만 CES를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은 뜨거운 상태다. 한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500여개 업체가 참가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1300여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이번 CES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공지능(AI),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푸드(헬스)테크, 로봇, 친환경(탈탄소) 등이다. CES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공개한 CES 2022의 방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배할 새로운 균형과 혁신경쟁이다.

기업들은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AI 기술과 현실·가상세계의 한계를 없애는 메타버스, 로봇이 이끄는 모바일 혁신 경쟁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시에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불러온 헬스케어 혁신, 우주로 뻗어가는 기술 경쟁,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친환경 경영 등에 주목하고 있다.

제레마가 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스마트 베개 사용 모습. /제레마 제공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AI는 CES의 단골 주제다. 그동안의 AI 기술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딥러닝(심층학습) 기술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번 CES를 기점으로 AI가 다양한 산업과 제품군으로 폭넓게 접목되면서, 실제 생활에 어떤 모습으로 활용되는 지에 관심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AI 스타트업 제레마는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베개를 만들고 선보인다. 제레마는 AI가 사용자의 체형과 수면 상태에 맞게 베개를 조절해 숙면을 돕는 슬립 테크 기술로 CES 2022 혁신상을 받았다. AI 백팩 기업 룩소니스는 AI 기술을 통해 안내견 대신 시각장애인에게 장애물을 알려준다. 초경량 컴퓨터와 카메라 내장 겉옷, 배터리가 든 백팩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주변 사물을 인식, AI로 안전한 길을 안내한다. AI가 산업을 넘어 개인 삶에 직접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메타버스는 게임을 넘어 전자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와 교육 환경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현실과 가상, 산업 간 경계를 허물면서 메타버스는 새로운 비즈니스 산업으로 각광받는 모습이다. 이번 CES에서 단연 돋보인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인 곳은 롯데정보통신이다. 이 회사는 실사형 콘텐츠를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했다. 여기에 디스플레이(HMD) 기반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추가해 사용자 체감을 극대화했다. 또 하나의 세계를 넘어 현실과 가상세계를 아우르는 새로운 세계로 메타버스는 성장하고 있다.

프랑스 로봇 업체 니료(Niryo)가 만든 로봇팔 모습. 로봇팔은 그동안 제조업 등 산업 현장에서 주로 활용됐는데, 이제는 노인을 대신해 병뚜껑을 따주고, 커피를 내려주는 등 일생 생활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로봇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 노동력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물건을 옮기고 사람의 이동을 돕는 모바일 혁신 경쟁은 로봇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로봇 분야에서는 삼성·LG전자 등 대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사람과 로봇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인터랙션 로봇 삼성 봇 아이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고, LG전자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AI를 접목한 실내외 통합로봇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제시했다. 각국 스타트업과 연구실도 로봇 기술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전시(엔지니어드 아츠)는 물론이고 병뚜껑을 열어주고 커피를 내려주는 등 일상 생활(니료)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헬스케어 혁신은 이번 CES의 메인 주제로 떠올랐다.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의 로버트 B. 포드 회장은 오는 6일(현지시각) 헬스케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CES 기조연설에 나선다. 스마트폰에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키트부터 개인 맞춤형 영양제(알고케어), 노인 맞춤형 건강 추적 서비스(케어프레딕트)까지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는 기술 경쟁을 넘어 실생활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헬스케어 혁신 경쟁은 이번 CES를 넘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 산업에 대한 업체 간 기술 경쟁도 뜨겁다. 미국 우주 항공 기업 시에라 스페이스는 우주 비행선 드림 체이서를 전시, 민간 우주 여행을 현실로 가져왔다. 동시에 캐논, 퀄컴 등 광학·반도체 업체들은 우주선에 탑재되는 부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을 휩쓴 친환경 경영도 CES 2022를 관통하는 주제다. 농기계 업체인 존 디어는 로봇,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결합해 농약 뿌리는 기술을 선보였고, 캐나다 스타트업 오토는 물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스마트 스프링클러를 전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