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한 지 2년이 흘렀다. 비대면(언택트) 수요가 커지며 오프라인 기반 스타트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기업은 버티다가 폐업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여행·모임·공연 등 코로나 최대 취약업종에서도 생존한 기업이 있다. 이들은 코로나에도 더 큰 도약을 꿈꾼다. 코로나 시대에서 생존한 스타트업 대표와 만나 ‘보릿고개에서의 생존법’은 무엇이었는지, 미래 계획은 무엇인지 세 편에 걸쳐 들어봤다. [편집자주]
이재석 마이뮤직테이스트 대표가 2021년 12월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과 온라인 팬 사인회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다. 기존 아티스트가 일방적으로 팬들에게 공연 개최를 알리는 것과 달리, 팬들의 요청에 아티스트가 응답하는 ‘역발상’을 내세운다. 팬들 입장에서는 원하는 아티스트를 원하는 도시로 부를 수 있고, 아티스트가 속한 기획사는 실수요자를 파악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보유한 가입자만 270만명에 달한다.

넥슨의 장수게임이자, 간판게임으로 잘 알려진 ‘메이플스토리’ 개발자 중 한 명이었던 이재석 마이뮤직테이스트 대표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이 이뤄지지 않는 걸 보고 회사를 세우기로 다짐했다. 직장 동료, 대학 선배와 총 3명이 의기투합해 2011년 마이뮤직테이스트를 세웠다. 9년간 적자를 보면서도 직원 수가 100명을 넘길 정도로 회사 외형을 키워왔다. 그러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공연 자체가 줄면서 위기를 맞았다. 직원 절반 이상을 내보내야 했고,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닌지 절망에 빠졌다.

중대한 갈림길에 섰던 이 대표는 온라인 공연과 팬 사인회 등으로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 올해 회사 설립 10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낼 수 있게 된 비결이다. 상황이 나아지면서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도 다시 데려오는 중이다. 현재 K팝 등 공연으로 한정된 사업을 스포츠, 뷰티 등의 아티스트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무한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강남구 마이뮤직테이스트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이재석 마이뮤직테이스트 대표가 2021년 12월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과 온라인 팬 사인회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회사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2011년 설립했다.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이 무산되는 배경을 알아보다가 설립을 결심했다.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하면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9년 넥슨에서 메이플스토리 개발자로 일했었다. 대학 선배 1명과 넥슨에서 만났던 선배 1명, 총 3명에서 시작했다.”

―어떤 사업을 하는 건가.

“기획사에서 공연을 한다고 가정하면 아티스트의 출연부터 공연에 대한 연출, 실제 투자 비용 등 재정 역할까지 다 한다. 또 오퍼레이션이라고 하면 현지에서 공연장 대관, 웹 프로덕션, 항공권 발매, 호텔, 식사 등을 포함해서 공연 진행을 위한 전반적인 역할도 한다. 아티스트 소속사 입장에서는 당일까지 오프라인 티켓이 얼마나 팔릴지 모르기 때문에 직접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아티스트 팬들의 실수요를 파악한 후 진행하기 때문에 소속사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설립 이후 첫 성과는 어땠나.

“일본 재즈힙합 아티스트 리플러스(re:plus)가 첫 공연이었다. 2013년 12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아티스트의 서울 공연을 200석 규모로 기획했다. 해당 아티스트를 얘기하는 온라인 블로그 등을 파악하고 찾아다니면서 사전 수요를 파악한 게 200명 정도였다. 이는 그대로 들어맞았고 첫 공연은 매진됐다.”

―아티스트가 속한 소속사들이 신생 스타트업과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소속사는 아티스트에 대한 개런티를 얼마나 해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물론 경험이 없으면 소속사도 함께 일하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회사 규모를 키워왔다. 그룹 엑소 공연과 미국 투어를 진행하며 사업이 본격적으로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함께 일한 아티스트 유명세가 곧 회사 성장과 직결한다. 2017년에는 BTS의 칠레공연도 맡았었다. 회사 규모를 키운 뒤에는 신인 아티스트의 해외 프로모션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신인 아티스트나 규모가 작아서 공연을 못 하는 기획사와도 손잡고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

―2015년 시리즈A 투자 유치 당시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지난해 주주 수가 대폭 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기준 주주는 40곳 이상이다. 기관이 14개, 펀드는 30개 정도다. 대표적으로 삼성벤처투자, SK네트웍스, 코오롱, 보광창업투자,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등이 있다.”

―지난해 기준 임직원 50명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사실 2020년 4월까지만 해도 직원 수가 135명이었는데, 엄청 줄인 거다. 이러다 회사가 문을 닫겠구나 싶었다. 2019년 매출 254억원 중 공연 매출이 70%를 넘었는데, 2020년 4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 매출원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짧은 기간 내 재정비를 해야 했고, 급여나 퇴직금까지 고려했을 때 몇 달 버틸 수 있는 자금도 없었다.”

이재석 마이뮤직테이스트 대표가 2021년 12월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과 온라인 팬 사인회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힘든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버텼나.

“온라인 콘서트, 비대면 콘서트 등 온라인 커머스에 집중했다. 케이팝 아티스트 앨범이나, 상품을 판매하고, 온라인으로 아티스트 팬 사인회도 열었다. 비대면 팬 사인회는 업계 최초였다. 아티스트와 팬 간의 1 대 1 영상 통화도 기획했다. 어려운 와중에 지난해 매출 190억원을 올린 것도 이 덕분이다.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실적을 예상하고 있는데, 올해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가 잘 되려면 K팝이 잘 돼야 할 것 같다. 해외에서 K팝 인기를 실감하는가.

“현장에서는 함성과 팬들이 공연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는 것, 표정으로도 바로 드러난다. 2014년만 해도 해외 팬은 일본에서 흔히 말하는 일종의 오타쿠 성향의 팬이 주였는데, 점점 더 다양한 현지인들이 계속 K팝 산업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실제 우리 가입자 대부분이 백인이다. 아시아인이나 교포들이 많은 게 아니다. 한국 콘텐츠가 메인스트림에 들어갔다고 판단하고 있다.”

―K팝 외 사업 영역 확장도 준비 중인가.

“한국콘텐츠는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유튜브,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늘고 있다. 오징어게임 등 글로벌 콘텐츠와 영화도 지속해서 성장 중이다. 한국콘텐츠가 K팝에서 드라마, 영화, 뷰티까지 다양한 산업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이제는 ‘코리아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할 정도다. 앞으로 e-스포츠, 운동선수 등과 팬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래픽=손민균

―경쟁 기업을 꼽는다면.

“국내에서 봤을 때는 하이브의 위버스, 네이버 V라이브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최근에 상장한 디어유 버블 등과도 외부에서 비교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글로벌로 봤을 때는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라이브네이션을 꼽을 수 있다. 다만 지향하는 서비스는 다른 서비스를 모방하는 게 아니라, 패러다임 시프트를 꾀하자는 것이다. 이제 거리로 나가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택시도 호출한다. 공연도 요청해서 만들어갈 수 있다는 독자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콘서트 등도 이뤄지고 있다.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없나.

“컴투스와 협업해 메타버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대체불가능한토큰(NFT) 플랫폼으로 확장을 계획 중이다. 주로 컴투스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겠지만, 콘텐츠를 단단히 잘 만들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확보해 나가면 다양한 플랫폼들의 협업 요청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좋은 콘텐츠를 잘 만들어 내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보유한 유저만 270만명이다. 이를 활용한 커뮤니티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

―매년 연구개발(R&D)에 매출 5%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주로 어디 쪽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나.

“연구소에 있는 개발자 인건비와 소프트웨어, 데이터분석, 송출장비 등에 투자하고 있다. 전체 인력 중 개발자 비율만 35%에 달한다.”

―변이 바이러스로 일상 회복이 멀어지고 있다. 앞으로 사업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앞으로는 대면과 비대면 공연이 함께 이뤄지는 형태로 업계는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면 콘서트 경우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방역 지침을 따르기 위한 비용도 늘 것이고, 공연 좌석 비용도 좌석이 줄어드는 만큼 올라갈 것이다. 결국 온라인이 대중성을 커버하는 식으로 될 것으로 본다. 글로벌 상황은 대륙별로 다르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에도) 꽤 많이 오픈돼 있다. 유럽도 국가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가이드에 따라 잘 진행되고 있다. 동남아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은.

“뮤지컬은 계속해서 진행돼 왔는데, 대중음악 공연만 막혀 있다. BTS 공연만 봐도 서울 공연은 못 했고, 미국 LA 공연은 진행됐다. K팝 아티스트들도 국내 공연은 못 하고 해외 공연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너무 아쉽다. 정부 지침을 잘 따르면서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