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정부가 지난 10월 KT의 전국 단위 유·무선 네트워크 '먹통' 사태 후속 조치로 내놓은 네트워크 안정성 대책으로 통신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안정성 대책 내 포함된 기술 개발 등의 조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 구축 미비로 인한 소극적 설비투자를 지적받아왔던 통신사로서는 설비투자와 함께 연구개발(R&D)비용도 늘려야 할 처지다. 통신사들 사이에서는 사고는 KT가 치고 책임은 통신사 전체가 떠안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무인 카페에 '네트워크 연결 상태 확인 요망'이라는 알림 메시지가 떠 있다. /연합뉴스

◇ 정부, 통신 재난 원천 봉쇄 기술개발 주문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올해 상반기 소상공인이 휴대폰으로 무선통신(테더링)을 통한 판매정보 관리시스템(POS) 결제기기의 무선통신 기능 개발에 나선다. 개발 기간은 약 6개월로, 이르면 하반기 중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유선망 마비로 POS망이 작동하지 않아 카드 결제를 못 받는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0월과 2018년 KT의 인터넷망 마비 사태 당시 KT 유선망을 이용하는 상점은 결제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카드 결제가 멈추자, 현금 결제를 받거나 계좌이체로 음식값·물건값을 받는 식이다.

SK브로드밴드는 아직 개발 일정을 잡지 못했다. KT와 LG유플러스와 달리, 별도 이더넷 테더링을 위한 젠더 보급 등의 기술을 검토 중인 데다,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통신사별 보급 단말기 스펙이 다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최적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며 "비용이 수반되는 사항인 만큼 내부 검토를 마친 후 과기정통부에 회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KT의 전국 단위 유·무선 네트워크 '먹통' 사태 이후 2개월 만인 12월 29일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을 발표하며 국내 통신사들에 네트워크 체계 점검은 물론, 기술개발도 주문했다. 통신사들은 중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문제를 자동으로 예측하고, 관리하는 기술과 함께 기간통신망의 사전 시험검증이 가능하도록 실제 통신망과 유사한 디지털트윈 개발도 해야 한다. 또 통신 장애 발생 시 타사 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한 회선연동 용량 증설도 과제로 주어졌다. 국내 통신사 한 관계자는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장애 예방과 대책 등을 위한 전반적인 단순 점검 등도 사실 비용이 다 투입되어야 하는 사안들이다"라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 SKT·LGU+ "KT로 인해 연대책임"

국내 통신 3사는 지난해 설비와 R&D 등 투자에 인색한 기조를 이어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3분기까지 R&D 비용으로 3091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3248억원)보다 4.83% 줄었다. 같은 기간 KT는 13.49% 줄어든 1596억원을 R&D 비용에 투자했다. LG유플러스는 5.12% 증가한 554억원이지만, 3분기까지 매출이 지난해보다 3000억원 이상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감소세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0.47%에서 0.40%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추세는 SK텔레콤, KT 등도 마찬가지다.

설비투자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각각 1조1539억원(무선 기준), 1조4648억원을 설비투자에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3분기와 비교해 각각 21.5%, 17.9% 줄었다. 지난해 연초부터 설비투자 규모가 줄 것이라 밝혔던 LG유플러스는 9월 말 기준 1조4638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는 2조3800억원이었다.

특히 설비투자 축소는 5G 품질 문제로 이어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선 통신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하반기 5G 품질평가에 따르면 5G 서비스 가능 구역(커버리지)은 늘었지만, 속도는 SK텔레콤을 제외하면 모두 뒷걸음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며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측면도 있다"라면서도 "통신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지속해서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5G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이용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이런 와중에 일부 업체의 네트워크 마비 사태와 함께 인터넷 속도 품질 문제에 대한 안일한 대처 등은 통신사에 대한 불신만 키운 격이다"라고 했다. 그는 "통신업계는 전반적으로 일부 업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라 난감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