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지난 10월 KT의 전국 단위 유·무선 네트워크 '먹통' 사태 발생 이후 약 2달 만에 후속대책을 내놓았다. 당시 일부 장비에서 발생한 오류가 전체 장비로 확산해 전국 단위의 통신 대란을 야기했던 원인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구체적으로 코어망 계층 간 오류 확산 안전장치(필터링)를 마련하고, 가입자망의 네트워크 경로설정(라우팅)을 독립적 시스템으로 분리한다. 또 유선망 장애가 무선망 장애로 이어지지 않게, 접속 경로 이중화를 추진한다. 'KT 사태 맞춤형 대책'이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은 ▲네트워크 생존성 확보 역량 강화 ▲통신재난 예방·대응 강화 ▲네트워크 장애 복원력 제고 ▲네트워크 안정성 제고 제도 개선 등 4대 과제로 구성된다.
과기정통부는 주요통신사업자, 유관기관, 전문가 등이 참여한 산학연 중심의 네트워크 안정성 대책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총 8회의 회의와 외부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이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회의 1건당 소요 시간은 약 3시간으로, 총 24시간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우선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서비스가 최대한 생존할 수 있도록 주요기간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구조를 개선한다. 코어망의 일부 장비에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오류가 전체장비에 확산되지 않도록 코어망 계층간 오류확산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식이다. 또 가입자망의 라우팅을 독립적인 자율시스템으로 구성하거나, 자동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는 정적(스태틱) 라우팅을 사용해 지역별 분리를 꾀한다. 이는 지역망에서 발생한 오류가 타지역에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앞서 지난 10월 25일 발생한 KT의 전국 단위 유·무선 네트워크 '먹통' 사태는 라우팅 오류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KT 부산국사에서 진행된 기업망 라우터 교체 작업 중 협력업체 측이 라우팅 명령어 입력 과정에서 'exit' 명령어를 누락한 게 직접적 원인이다. 이로 인해 25일 오전 11시 16분부터 오후 12시 45분까지 총 89분간 네트워크 먹통 사태가 이어졌다.
정부는 이번 사건처럼 유선망의 장애가 무선망의 인터넷 장애로 이어지지 않도록, 무선망에서도 자사 유선망 외 재난 시 활용 가능한 인터넷 접속경로를 확보하는 유무선 접속경로 이중화를 추진한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예방대응 체계 강화를 가장 먼저 착수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지난번 문제(KT 사태)도 결국 작업자 오류, 시스템 장애 등 파급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확실하게 통제를 해서 원천적으로 막는 것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통신재난 예방·대응을 위해서는 모의시험체계를 활용한 사전검증을 코어망 전체 작업으로 확대한다. 또 승인된 작업자, 장비, 작업시간만 허용토록 작업관리 중앙통제를 강화하고, 통제 우회작업은 제한한다.
KT의 통신망 장애는 장비 교체 시간이 당초 심야에서 낮으로 바뀐 데다, 작업관리자 없이 협력업체 직원들만 수행하는 등 관리 허술 문제도 지속 제기됐었다.
통신사 자체 네트워크 장애 복원력 강화와 함께 공공·상용와이파이를 개방하는 등 예비복원수단 제공을 위한 조처도 시행된다. 홍진배 정책관은 "각 사 망들을 서로 비교하고 각 사의 시험작업들을 비교해봤다"라며 "거기서 가장 좋은 것들을 뽑아 일부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는 방식을 다른 사업자에게도 적용했고, 통신사들도 제안을 받아들였다"라고 했다.
끝으로 네트워크 이용자가 장애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문자메시지(SMS) 또는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체 없이 장애를 고지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KT는 네트워크 장애 발생 당시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알려 이용자들이 장애 사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홍 정책관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확보 의무, 사전적인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 장애고지 의무 등에 대해서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