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선보일 예정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판매량을 200만대로 확정했다. 삼성이 연간 만드는 TV의 4.5% 수준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공급량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계획은 LG 동맹설을 확인하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TV용 OLED 패널의 99%를 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LG의 동맹으로 OLED 생태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지난 22일 있었던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내년 사업 계획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OLED TV의 전 세계 판매량을 200만대로 밝혔다고 한다. 연간 TV 판매량 4500만대의 4.5%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OLED TV 이후에도 미니발광다이오드(LED)를 채용한 액정표시장치(LCD) TV ‘네오 QLED’를 주력으로 삼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OLED 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퀀텀닷)디스플레이 전략의 첫 단추인 QD-OLED의 출하를 지난달 말부터 시작했다. 주요 공급처는 삼성과 소니 등이다.

삼성전자가 2013년 선보였던 커브드 OLED TV. /삼성전자 제공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를 월 3만장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충남 아산캠퍼스 Q1라인에 갖추고 있다. 55·65인치 TV를 연간 100만대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생산 초기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 확보가 어렵고 단독 공급이 아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이 패널로 만들 수 있는 TV의 최대 규모는 수십만대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선다. 목표로 한 200만대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와의 동맹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한 부회장의 ‘OLED TV 200만대 목표’ 발언으로 설(說)은 사실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증권가, 시장조사업체 등은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용 W(화이트)-OLED 패널을 공급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생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주된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W-OLED의 양은 TV로 150만~200만대 규모다. LG디스플레이는 연간 800만장의 TV용 OLED 패널을 만든다. 글로벌 점유율은 99%를 웃돈다. 거의 독점 시장이라는 것이다.

DSCC는 “LG디스플레이는 W-OLED 패널을 다양한 제조 업체에 제공해 TV 패널 시장 주도권을 가질 수 있고, 삼성전자는 LG전자, 소니와의 점유율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라며 동맹 가능성을 점쳤다.

다만 아직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의 협력을 공식화하고 있진 않다. 한 부회장이 대표적인 OLED TV 반대론자였다는 점과 LG와 불거졌던 갈등으로 협력이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LG전자 올레드(OLED) TV 에보. /LG전자 제공

한 부회장은 그간 OLED TV 출시 가능성에 대해 “(출시 계획이) 전혀 없다”, “기술적 문제가 많다”, “미니LED가 더 훌륭한 기술이다”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또 삼성과 LG는 지난 2012년 OLED TV 기술 유출 문제로 서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OLED TV의 잔상 문제를 지적했고, LG디스플레이는 삼성에 QLED 명칭을 걸고넘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 손을 내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LG디스플레이 역시 QD-OLED의 하위로 W-OLED가 위치하게 되는 삼성전자의 제품 전략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LG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는다면 ‘실리’를 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현재 LCD TV 일색인 삼성전자 TV 제품군에 미니LED와 마이크로LED를 추가하긴 했으나, 미니LED 역시 LCD TV의 한 종류일 뿐이고, 마이크로LED TV는 대중화가 더딘 상황이다. OLED TV는 TV 제품 구성 변화기에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상품이다.

삼성의 자존심 문제와 다르게 시장은 OLED 동맹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OLED 생태계가 넓어지면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커져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로서도 QD-OLED에 대한 추가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차세대 대형 패널 기술로 꼽고 있는 퀀텀닷나노로드발광다이오드(QNED)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 QD-OLED 패널의 제한적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의 대형 OLED 거래를 3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삼성전자는 현재 LG디스플레이의 W-OLED를 적용한 OLED 제품 개발과 상품 기획을 이미 완료한 것으로 보여 내년 상반기 북미와 유럽에 OLED TV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채택이 확실시 돼 간다”라며 “초기 공급량은 약 200만대 수준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