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 브랜드 발뮤다가 최근 새로운 커피 추출 방식을 적용한 오픈드립 커피메이커 ‘발뮤다 더 브루’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강한 압력으로 커피를 내리는 에스프레소 샷 추출 방식이 아닌 핸드드립 방식을 구현해 원두 본연의 개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품이다.
발뮤다가 더 브루 개발을 시작한 건 지난 2015년부터다. 처음에는 커피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기압 방식을 채택했다. 높은 기압으로 커피를 빠르게 내리면 원두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높은 공기압을 안전하게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품 개발이 무산됐고, 이후 발뮤다는 캡슐식 커피메이커로 전략을 바꿨다. 그런데 캡슐식 커피로는 만족할 수 있는 맛을 구현할 수 없었다.
발뮤다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은 핸드드립 방식이다. 전문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를 기계로 구현하는 것만이 커피 맛과 안전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더 브루 개발에 성공했다. 발뮤다는 핸드드립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더 브루에 스팀, 뜸 들이기, 커피 추출 과정을 넣었다. 동시에 커피가 내려지는 모든 과정을 사용자가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발뮤다 더 브루를 사용해봤다.
발뮤다 더 브루의 외관 디자인은 침출식 더치 커피를 만드는 콜드브루 기계를 연상시킨다. 기존 드립 방식의 커피메이커와 달리 원두에 물이 닿고, 커피가 내려지는 모든 과정을 사용자가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드립 커피메이커와 완전히 다른 모습은 아니다. 제품 전면 서버(내려진 커피를 담는 주전자)를 탑재하면서 드립 커피메이커로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느낌을 준다. 블랙 색상에 스테인리스를 더해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럽다. 가로폭과 높이는 각각 14㎝, 38㎝로 아담한 크기다. 싱크대나 식탁, 거실 테이블 등에 설치해도 부담되지 않는다. 더 브루는 물통을 결합하는 본체와 원두를 담는 드리퍼, 커피를 따뜻하게 보관할 수 있는 서버로 구성된다. 500㎖ 용량의 물통에 물을 넣으면 드리퍼에 담긴 원두에 따뜻한 물이 떨어지고, 원두를 통과한 커피가 서버에 담긴다. 서버에 따뜻한 물을 직접 보내는 바이패스 출수구도 본체 중간에 있다.
발뮤다는 커피 내리는 물의 온도를 3단계에 걸쳐 제어하는 방법으로 커피 맛을 개선했다. 커피 추출을 시작하면 뜨거운 스팀으로 먼저 원두를 적시고, 이후 0.2㎖ 단위로 따뜻한 물을 내려 고농도의 커피를 추출한다. 이후 커피에 따뜻한 물을 별도로 추가하는 방법으로 커피의 농도를 조절한다. 발뮤다 측은 “원두 추출 후반으로 갈수록 잡미가 올라와 초반에 빠르게 진한 농도의 커피를 내리고, 추출한 커피에 따뜻한 물을 섞는 방법을 고안했다”라고 설명했다.
커피를 내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단에 있는 전원 버튼을 누르고 원하는 커피 스타일과 몇 잔을 내릴 건지 선택하면 된다. 커피 스타일은 매일 편하게 마시기 좋은 깔끔한 느낌의 레귤러, 강하고 깊은 맛의 스트롱, 산뜻하고 시원한 아이스 모드로 나뉜다. 평소 아메리카노를 선호한다면 레귤러 모드가 적당하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와 비교할 때 농도가 진해 따뜻한 물을 추가해야 한다.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에티오피아 원두로 커피를 내렸다. 사무실에서 흔히 먹는 드립 커피나 캡슐 커피와 비교해 향과 풍미가 뛰어났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 내려주는 커피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커피 전문점에서 로스팅한 콜롬비아 원두를 사용했더니 전문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그대로 재현했다. 커피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향과 풍미가 좋은 커피를 일정하게 내려주는 게 더 브루의 장점이다.
더 브루를 사용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커피를 내리는 모든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뜻한 물이 원두에 떨어져 원두가 부풀어 오르는 모습은 보는 즐거움을 제공했다. 관리도 간편했다. 커피를 내린 후 드리퍼와 서버를 분리하면 쉽고 빠르게 세척 및 건조할 수 있었다. 핸드드립 커피를 5분 만에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브루는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제품이다. 다만 72만9000원의 다소 비싼 가격은 부담을 준다. 개인적으로 추출한 커피 온도가 너무 높은 점도 아쉬웠다. 미지근한 온도의 드립 커피를 생각하면 입을 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