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한국 시각으로 25일 오후 9시 20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하 ‘웹’)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유럽우주센터에서 아리안5 로켓에 실어 발사한다. 개발 비용 100억달러(약 11조9000억원), 개발 기간 25년이 소요된 역사상 최대 크기(주거울 지름 기준), 최고 관측 성능을 자랑하는 신형 우주망원경이다.

우주망원경은 별빛을 차단하는 지구 대기권을 뚫고 올라가 우주의 생생한 모습을 인간 대신 들여다본다. 1990년 발사된 세계 최초의 우주망원경인 ‘허블 우주망원경’(허블)이 유명하다. 웹은 허블보다 100배 높은 관측 성능을 바탕으로, 전례 없이 먼 거리의 우주를 관측함으로써 135억년 전 우주 탄생 초기의 모습을 포착한다. 빛의 속도는 유한하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오는 별빛을 볼수록 더 오래된 별빛, 즉 과거의 모습을 보게 된다. 웹은 외계 행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도 지금보다 더 면밀히 탐색할 예정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독수리 성운(왼쪽)과 앞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할 독수리 성운 예상 모습(오른쪽). 관측 성능이 높아져 더 많은 별과 은하를 관측할 것으로 보인다. /NASA 제공

웹의 주거울(별빛을 한곳으로 모으는 반사경) 지름은 6.5m로 허블(2.4m)보다 2.7배 크다. 면적은 25㎡(약 7.6평)다. 허블이 보지 못하는 적외선 영역의 빛을 주로 감지한다. 별이 내는 빛(가시광선)은 먼 거리를 진행하면 파장이 늘어져 적외선으로 보이는 ‘도플러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에 먼 거리의 별은 가시광선보다 적외선 센서로 감지하는 게 유리하다. NASA는 웹의 관측 성능을 두고 “허블보다 100배 강력하다” “이론적으로 (지구와) 달 거리에 있는 호박벌의 열을 감지할 만큼 민감하다”라고 설명했다.

위에서부터 스피처, 허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각각의 주거울. /NASA 제공

주거울은 18개의 육각형 거울 조각(segment)을 서로 이어 붙인 형태다. 조각 연결 부위를 접고 펼 수 있도록 했다. 직경이 6.5m인 주거울을 직경 5.5m의 로켓 화물칸에 그대로 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거울은 가벼운 재료인 베릴륨으로 제작돼, 표면에 빛을 잘 반사하는 금을 도금했다. 주거울의 면적당 무게는 허블의 10분의 1 수준이고, 우주망원경 전체 무게도 약 6.2t(톤)으로 허블(약 11t)의 절반 수준이다.

제임스 웹 우주만원경의 주거울을 살펴보는 연구원. /NASA 제공
아리안5 로켓의 화물칸에 접힌 상태로 탑재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NASA 제공

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영하 223℃의 극저온 환경이 유지돼야 한다.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은 고분자막을 알루미늄으로 코팅한 5겹짜리 가림막(sunshield)이 태양빛을 차단한다. 가림막은 두 대각선 길이가 테니스장 크기와 비슷한 14m, 21m인 다이아몬드 모양이다. 주거울은 가림막의 그늘에서 태양을 등지고 별을 관측한다. 태양빛에 노출되는 가림막은 최고 125℃까지 뜨거워지고, 반대편 주거울은 최저 영하 235℃까지 차가워지기 때문에 NASA는 웹이 이런 극단적인 온도 차이를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에도 신경 써야 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태양빛 차단 역할을 하는 가림막. /NASA 제공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그림상 오른쪽에서 오는 태양빛을 가림막이 태양빛을 차단하고 주거울은 가림막의 그늘에서 태양을 등지고 별빛(Light)을 관측한다. /NASA 제공

허블이 560㎞ 상공에서 지구를 공전는 것과 달리 웹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점’에서 태양을 공전한다. 라그랑주점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서로 상쇄돼 안정적인 공전이 가능한 지점이다. 중력으로 인한 빛의 왜곡과 망원경에 미치는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고, 웹-지구 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해 안정적으로 교신할 수 있다. 주거울의 18개 거울 조각들은 서로 수㎚(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내의 높이차로 편평하게 정렬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미세조정에도 라그랑주점이 유리하다.

역대 최고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이 협력하고 미국 내 29개주, 해외 14개국의 300개 이상 대학·기관·기업의 과학자·공학자 수천명이 연구에 참여했다.

웹은 1996년 개발 시작 25년 만에, 최초 발사 목표 시점이었던 2006년 이후 15년 만에 이날 우주로 나간다. 기술적인 문제로 연기를 거듭하다가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장 작업에 차질을 겪었고 이달에는 기상 악화와 통신 문제로 세 차례 발사일이 미뤄졌다.

웹은 6개월 후 본격적인 관측 임무를 시작한다. 발사 후 접혀있는 주거울, 가림막, 태양전지판 등을 펼치는 데 1개월, 장비의 미세조정과 극저온 냉각 등 관측 준비를 하는 데 5개월이 걸린다. 계획된 임무기간은 5~10년이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이날 오후 8시 40분부터 유튜브를 통해 웹이 발사되는 모습을 생중계한다. 강성주 과천과학관 박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천문학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할 수 있다”라며 “이번 발사는 전 세계인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 임무 수행 사상도. /NASA 제공